몰입과 유연함 사이에서 살아가기
“당신은 일을 제외한 관심사가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기별로 내가 좋아했던 관심사는 변해왔다.
차량을 꾸미고 DIY할 때는 차에 빠졌다. 맛집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맛집 탐방에 집중했다. 비스포크에 눈을 뜨면서 수트, 스포츠코트, 맞춤 셔츠에 관심을 가졌다. 힘든 일을 이겨내고자 운동을 시작한 뒤로는 마라톤과 감정 일기를 썼다. 마라톤 부상 치료와 재활을 거치면서는 에세이 글쓰기에 몰두했다.
내가 어떤 관심사에 빠져들면,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깊이 몰입하는 편이다. 이러한 깊은 몰입 경험은 집중력과 심리적 안정감을 키워 준다. 그래서인지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겨도 빠르게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며 잘 살아가는 것 같다.
나는 유독 ‘고무줄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 내 체형에 제일 잘 맞는 몸무게는 60kg 중후반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몸무게가 60kg 초반까지 빠졌고,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올해는 마라톤 부상으로 대체 운동과 먹방을 병행하며 70kg 중반을 향해 가는 중이다. 한두 달 사이 10kg 이상 몸무게가 늘었다가, 독하게 운동해서 한 달 반 만에 10kg가 빠지는 걸 세 차례 반복했다.
병원 검사에서 의사는 “갑자기 살이 찌거나 빠지는 것은 갑상선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지만, 검사 결과는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한 상태였다. 그래서 의사조차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나는 아마도 방심하며 살면 안 되는 체질인가 보다. 그래서 남보다 자기 관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스포크 수트, 세퍼레이트 자켓, 맞춤 셔츠를 여러 벌 가지고 있다. 어제는 애지중지하는 로로피아나 데님 맞춤 셔츠를 입고 출근하며 기분을 냈다. 그런데 암홀, 즉 겨드랑이 부분이 꽉 끼어 하루 종일 압박되어 아팠다. 혹시나 싶어 퇴근 후 옷방에서 다른 맞춤 셔츠를 입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수트나 자켓은 아뜰리에에서 늘리기 수선이 가능하지만, 셔츠는 불가능하다. 셔츠는 보관용이 되거나, 몸무게를 최소 4kg 이상 빼야 그때서야 핏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몸은 대체 왜 ‘고무줄 몸무게’일까 궁금하다.
본격적으로 마라톤 원래 페이스를 찾기 위한 ‘재활 2주차’에 접어들었다. 아직 재발 위험이 높고 완치 상태가 아니어서 조심스럽게 뛰고 있다. 예전 페이스와 컨디션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몸무게도 조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 주에 한 번 뛰더라도 LSD(장거리 지속주), 조깅, 인터벌 훈련으로 훈련을 구성하는데, 강도는 꽤 센 편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칼로리를 태우는 몸이 되면 몸무게가 계속 빠질 것 같다.
오래된 지인들은 지금 체격이 딱 보기 좋다고 하지만, 나는 둔한 몸이 싫다. 내 몸무게의 진짜 최적 지점은 어디일까? 모든 것이 변해가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따뜻함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