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구조 건강하게 바꾸기
사람마다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순위는 모두 다를 것이다.
[나의 도파민 구조, 변경 전]
① 지인들과 술을 마실 때: 주 3~5회
② 맛집 블로거로 활동할 때
: 살도 찌고, 콜레스테롤도 높아지던 시기
③ 신나는 음악을 들을 때
④ 2~3시간 셀프세차 후에 느끼는 개운함
: 군대 운전병 때 습관이 평생 이어짐
이 도파민 구조는 노력에 따라 순서가 바뀐다고 한다. 또한 역치도 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제 술을 마셨을 때 도파민 느낌이 100%였다고 가정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역치가 70%로 낮아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더 큰 도파민 자극을 찾게 되고, 일상에서 쉽게 지루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꾸준한 마라톤으로 삶을 치유하며, 자연스럽게 술을 줄이게 되었다. 고강도 운동 후 음주는 간과 심장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합리적으로 조절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근육 생성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훈련 후 마시는 맥주 한 잔, 가끔 퇴근 후 저녁 식사와 곁들이는 술 한 잔은 몇 배 더 맛있고 의미 있다.
[나의 도파민 구조, 변경 후]
① 대회에서 PB(Personal Best: 개인 신기록)를 달성할 때
② PB를 이루기 위한 모든 훈련 프로그램을 완수하는 과정
③ 크루원들과 대화 나누며 함께 달릴 때
④ 분당에서 잠실까지 주 1회, 뛰어서 출근할 때 (26km LSD):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⑤ 감정 일기를 쓰며 생각과 감정 정리가 잘되는 기분을 느낄 때: 무사히 마친 하루의 안도감
⑥ 셀프세차 후에 느끼는 개운함
완전히 달라진 나의 일상 도파민 순위가 보인다. 바꿔야지 하고 ‘짠’하고 나타난 결과가 아니다. 정말 스펀지에 물이 흡수되듯 몰입하고, 습관을 바꿔버릴 정도의 노력을 한 결과이다. 전편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람은 변화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경계한다. 옳다고 생각하면 실행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피드백하며 다시 움직이는 일련의 과정 자체에서 나는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자극적이고 일시적인 도파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만족스럽다.
그래서 변화가 즐겁다.
설렘 60%+기대 20%+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 20%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계기, 주위 사람, 나의 실행력. “이 세 가지가 운 좋게 잘 맞물려 변할 수 있었구나” 하는 감사함이 큰 요즘이다. 행복한 순간을 느끼고자 하위 요소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이 과정조차 건강하게 운영하는 것이 너무 만족스럽다. ‘자기효능감’과 ‘메타인지’는 요즘 내가 좋아하는 어휘들이다.
나이가 들어도 인생에는 깨닫고 배울 것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는 나날이다. 마라토너마다 마라톤 대회와 훈련 목표가 모두 다르다.
[건강 지향형 러너]
건강만을 위해 달리며 즐기기 때문에 느린 페이스로 천천히 달리는 것을 선호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조깅으로 채우는 사람들이다.
[성과 지향형 러너]
성과 지향형 러너는 고강도 훈련과 저강도 훈련을 적절히 배분하여 운영한다.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지만, 그때까지 계속 PB에 도전하며 성취감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인터벌, 레피티션, 템포런, LSD, 변속주, 업힐 훈련, 조깅 등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건강과 성과 지향형의 중간 러너]
건강 지향형과 성과 지향형의 중간에 위치한 사람들도 있다. 위 두 가지 유형의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여기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다. 각자의 방식대로 혼자 혹은 함께할 때의 기쁨을 느끼며, 원하는 지향점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면 이미 충분한 것이다. 사실 꾸준히 운동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일이다.
나는 ‘성과 지향형 러너’로 2023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해 2025년 5월 부상을 당하기 직전까지 계속 PB(Personal Best: 개인 신기록)만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가을 Half 마라톤에서는 처참히 무너져 마지막 5분은 걸었다. 장거리와 인터벌 훈련 부족으로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꼈다. 목표 기록보다 5분이나 늦춰진 1시간 38분 만에 완주했음에도 즐거웠다. 마지막 5분 동안 DNF(Did Not Finish: 중도 포기)를 할까 수차례 고민하며 오른쪽 도로로 걸을 때, 많은 러너가 다양한 멘트로 응원하며 지나갔다. 급수대에서는 자원봉사자분이 내가 너무 지쳐 보였는지 물에 적신 스펀지를 손에 올려놓고, 최대한 나와 동선을 맞추며 쳐다보았다. 얼른 챙기라는 의미였다. 머리와 얼굴, 목에 스펀지를 적셨다. 참 고마웠고,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2025년 5월, 10K 마라톤에서는 DNS(Did Not Start: 출발 포기)를 했다. 대신 크루원들만 응원했다. 건강한 상태에서 응원하는 것과 부상으로 슬럼프 상태에서 응원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비록 부상으로 마음이 무거웠지만, 동료들을 응원하고 양평이 본가인 크루원의 집에서 파티를 열었다. 때로는 처음 경험하는 부상과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 해결하려는 의지, 실행, 좌절, 회복이 주는 메시지는 크다. 나는 장기간의 부상이라는 시련이 이미 단단해진 마음의 결을 한 번 더 다듬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빠른 페이스로 대회를 운영하면 주위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내 페이스보다 살짝 느리게 달리면 주위의 모든 것이 잘 보인다. PB만 달성하며 앞만 보고 달리던 나에게 ‘목표 기록 실패’는 주위를 둘러볼 여유와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법, 그리고 경험을 통해 스스로 피드백하는 법도 알려주었다.
이 공간이 좋은 건 고요한 공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일상을 한 템포 늦춘 속도에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또한, 평소에 지인들과도 풀어놓을 수 없는 깊은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다는 자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