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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베 May 26. 2024

암인 줄 몰랐던 아빠에게 암이라고 말한다는 건

"아빠에게 암밍아웃"



피가 마른다

아빠가 암이 아닐 거라고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 아빠는 초기일 거야 그래 우리 아빠 수술하고 다 회복할 수 있어 자꾸만 마음속에서 외치게 된다


결과 듣기 하루 전 아빠는 일을 한다고 결과를 나랑 남편 보고 들으러 가라고 했다

"아니 아빠 지금 일을 할 때가 아니야 아빠 암일 수도 있다고 그랬다고"

"우리 집안에 암이 없었어 아빠암 아니야 결과 듣고 전화 줘"

세상에 조직검사 결과 들으러 가는데 일하러 가는 사람이 어디 있나!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나의 예상대로 아빠는 위선암 판정을 받았다

아닐 거라고 부정하던 가족들이 더 놀랬다

남편은 99% 가능성으로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고 건강검진한 병원을 통해 바로 다음날 신촌세브란스로 예약이 잡혔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평온했다

암이라고 판정이 나니 마음이 진정이 됐다 이제는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그래 그래 봤자 우리 아빠 초기겠지 요새 의료기술이 얼마나 좋은데 부딪히자 할 수 있어!

그렇게 우리는 5월 8일 어버이날 신촌세브란스로 발걸음을 향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교수님이 진료 빨리 보시자고 1시간 정도 앞당겨 병원 도착하실 수 있으세요??"


운이 좋았다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라 더 기뻤다 아빠의 일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에 좋은 예감이 들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교수님은 바로 입을 여셨다

"그동안 어떻게 참으셨어요?"


"초기는 절대 아니에요 병변이 너무 커요 3 기면 운이 좋은 거예요"


"위 전부 절제할 거고 전이 없으면 2주 후 수술할 겁니다 오늘 검사받고 가세요"

병원에서 따로 전화가 없으면 예정대로 수술한다고 하셨다

아빠의 깊은 한숨소리가 들렸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오늘 같은 날을 말하는 걸까??? 땅이 꺼지는 느낌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감정이었다


"네?? 위를 전부 없앤다고요? 그럼 밥은 어떻게 먹어요? "

남편이 말을 던졌다


"지금보다 훨씬 편하실 거예요 그동안 안 아프셨어요? 어떻게 참으셨어요?"

아빠는 계속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는 말에 교수님은 계속 놀라신다


진료실에서 나오자마자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머리는 띵했다

무슨 정신으로 아빠의 검사를 받으러 다녔는지 모르겠다


 이사야 41장 10절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니 겁내지 마라."

구절이 병원 한편에 쓰여있었다

그래 두려워하지 말자 이 또한 지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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