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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슬 Nov 23. 2020

내 글을 읽어야 할 이유는 뭘까 ?

글쓰기의 균형을 찾는 브런치 작가



약 3달 동안 작문 수업을 들었다. 기자님은 글쓰기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알려주셨다. 글의 완결성, 독창성, 문장 등등. 그중에서 가장 강조하신 건 글의 메시지다. 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뚜렷할 이유가 있어야 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왜 해야 하는지 일주일 내내 고민했다. 이 글에 담긴 메시지는 무엇인지 고민했다. 메시지가 좋아도 글의 소재가 진부하면 버렸다. (너무 뻔한 소재라던가) 잘 쓴 글 같아도 메시지가 없다고 느껴지면, 어김없이 안 좋은 평가를 받았다.


1600~2000자 사이의 글에 막대한 신경을 썼다. 각 문단의 분량부터 사소한 문장까지, 수정의 수정을 거쳤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 전단지를 돌리는 노년층 등 글의 메시지가 뚜렷한 글은 많은 수강생과 기자님의 호응을 얻었다.


내가 목표한 바를 글에서 제대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게 뿌듯했다. 글에 대한 칭찬은 언제 들어도 새로웠고, 집에 가며 웃기에 바빴다. 잘 쓴 글에 감탄했고, 질투가 났다. 내 글쓰기 실력이 느는 걸 체감했지만, 한참 멀었다고도 느껴져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입사를 위한 글쓰기는  정말 “잘” 써야 했다. 쓰고 싶은 주제가 있어도 메시지를 잘 드러내지 못할 것 같으면 묵혀놨다. 능력이 부족해서였다.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롭게 쓰고 싶었다. 기자님이 이 말을 들으면, 실력을 더 쌓으라는 말을 하셨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글 쓰는 게 재밌었다. 입사를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글도 원했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가 됐다. 영화 비평도 쓰고, 에세이도 썼다. 뚜렷한 개요를 작성하지고 않았고, 반복되는 퇴고를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기존의 글과는 다른 형식이었고, 완성도도 훨씬 떨어지는 글이 나왔다. 그렇지만 편한 마음으로 글을 썼고, 재밌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본질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막 써도 되나? 내 글이 읽힐 이유는 뭐지?

사람들은 내 글을 왜 읽을까? 이 글은 왜 인기가 많지?


특히 아직 쓰지 않은 일상 에세이의 경우가 그렇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이 궁금했다. ‘일간 이슬아’를 포함한 각종 에세이책을 읽어나갔다. 재미있었다. 위로를 받기도, 분노하기도 했다. 명확하게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은 모르겠지만, 분명 일상 에세이만의 힘이 있었다.


나는 어떤 일상 에세이를 써야 할까. 또 쓸 수 있을까?

내가 잘하는 글쓰기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글의 공통점은 평범함이었다. 사소한 것에 주목해 의미를 찾았고, 디테일을 살려 표현했다.


나는 공감과 위로를 주는 에세이가 쓰고 싶다. 내 일상을 공유하면서, 사람들에게 잔잔한 공감을 주고 싶어 졌다. 잘 쓰기만 한다면, 일기가 아닌 에세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쓰고 싶은 글을 쓰겠다고 시작한 브런치다. 하지만 결국에는 누군가를 위한 글도 소망하게 됐다.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글 사이의 균형을 나름대로 찾아가는 중이다. 사실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잘 쓰는 거겠지만.


어찌 됐든, 부지런히 쓰자. 부지런히 퇴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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