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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슬 Nov 23. 2020

생각보다 헬스장은 무섭지 않았다

헬스장 등록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웠던 사람



헬스장이 무서웠다. 파격적인 할인 행사 정보가 담긴 전단지를 받아도 훑어보기는 커녕, 구겨서 가방 속에 집어 넣었다. 구겨진 전단지는 다시 펼쳐지지 않았다. 며칠을 가방 속에 썩었고, 책상 위에 내팽겨졌다. 그리고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헬린이’라는 신조어를 인스타그램에서 수없이 봐도, 내가 헬린이가 될 일은 없었다. 헬스장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저는 헬스장이 무서워요.



솔직히 무시당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 귀에 꽂혔다. 선생님은 헬스장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대답했다. 젊은 여자분들은 특히 그렇다고.


헬스장이 무섭다는 어른은 뭔가, 못나보였다. 멋 없었다. 다 큰 어른이 헬스장을 무서워한다니! 무서워한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혼자 운동하는 게 어색해서. 웨이트가 익숙하지 않아서. 중고등학교 동창들이 트레이너로 일할 것 같아서. 또래 여자는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등등.


이상한 자존심을 부렸다. 멋없는 어른같이 보이기 싫어서,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 내게 헬스장은 왜 안 가냐고 물어볼 때마다,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내 솔직한 마음은 목 언저리에 갇혔다. 하지만 헬스장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한 마디가 용기가 됐다. 주절주절 내 솔직한 마음은 끝도 없이 뛰쳐 나와, 공간을 메꿨다.



얘도 힘들다

막상 헬스장을 다녀보니, 무섭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무서웠다. 나처럼 헬스장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 “PT를 해서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PT는 헬스장에 정을 붙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PT를 받냐, 안 받냐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공간을 익숙하게 느끼는  중요했다. 헬스장 구석구석을 인지하고, 어디에 어떤 기구가 놓여있는지 아는 것. 헬스장을 내 집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상태가 결정적이었다. 뚝딱이처럼 서성이지 않는 게 제일 중요했다. 내 뇌가 현관 비밀번호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손가락이 먼저 누르는 것처럼!


그러고나서야 헬스장이 안 무서워졌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이 없었다. 다들 운동하기에 바쁘다. 나는 시계밖에 안 본다. 한 시간은 운동하고 싶은데, 웨이트는 힘들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봐도 런닝은 지루하다. 그래서 시계만 쳐다본다. 시간아 제발 빨리 달려서, 한 시간을 채워주렴.


내가 좋아하는 기구를 쓰고 싶은데, 누가 사용하고 있다? 그때부터 혼자만의 눈치싸움을 시작한다. 흘깃흘깃 비었나 안 비었나, 고개를 돌리며 쳐다본다. 괜히 옆에 있는 기구를 쓰기도 하고,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사람이 비키자마자 기구로 달려간다. 아마 또 다른 누군가도 나를 그렇게 보고 있을 것 같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은 눈에도 안 들어온다.




생각보다 헬스장은 무섭지 않았다. 정 붙이기에 쉽다는 말은 못하겠다. 나는 주 4회만 가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트레이너쌤은 제발 운동 좀 더 열심히 하라고 혼내신다. 나는 헬스에 진심을 다하는 편도 아니다. 뚜렷한 목표도 없고, 조금 더 건강해지고 싶은 헬린이다.


그래도, 생각보다 헬스장은 갈 만하다!

나같은 사람도 헬스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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