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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06. 2021

지구별 여행기

수달 가족의 해풍소

나는 지구별에 온 지 43년 차 여행 가이다. 입국과 동시에 승차권을 받았다.

승차권에는 초대자 명부가 적혀 있고, 승차권 번호에는 여행 기록들이 줄줄이 적혀 나간다.

지구별 입국 조건은 여행 기간의 일을 누설하면 안 되며, 떠날 때는 기억을 지워야 한다. 모든 여행기는 지구에서만 기록하고 보관하도록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우리는 떠나는 방식도 선택할 수가 없다. 랜덤식 서바이벌 여행은 체험 유형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는 일행이 생기기도 한다.

같은 코스를 선택하고 함께 숙식하며 보호자 역할도 해준다. 나는 뜻이 맞는 사람과 결혼 계약서를 쓰고 가족이라고 부르며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여행의 끝은 늘 아쉽고 슬프기 마련이다. 서로의 입국 시기가 다르듯 출국 시기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떠나는 가족들을 보며 그리움을 체험한다.

나는 지금 초보 여행자를 보호하고 체험시키는 코스를 여행하고 있다.

여행이 끝나면 내가 렌트한 유기체를 떠나야 한다. 그때 나는 이곳에 없겠지만, 지금 이 아이 옆에 있는 시간이 참 좋다. 떠나기 전 나는 내일이 없듯 사랑하고, 오늘만 있듯 추억을 쌓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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