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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Dec 12. 2023

Dear. 사랑하는 엄마에게

하늘 우체국

엄마!

나 요즘 너무 힘든데...

다 보고 있는 거 맞지?

이번주 토요일은 막내 결혼식이야.

하늘에서 열심히 축제 준비하고 계셔?


저번주 금요일에 갑자기 전화가 왔어. 아빠가 폐렴이 와서 산소호흡기를 하고 계신다고.

순간 너무 놀라서 쓰러질 뻔했어.  아직 아빠를 보내드릴 준비도 안 됐는데.

갑자기 놀라서인지 숨도 안 쉬어지고 눈물만 나더라고...

결국 내가 머릿수건을 하고 드러누웠었지 뭐야.

근데 언니들이 간호사실하고 아빠랑 통화를 다시 해보니 멀쩡하시다는 거야.

그래서 일요일부터 다시 기운을 찾아가고 있었어.


근데 오늘 들은 소식은 너무 절망적이야.

잘못하면 이번주에 아빠 장례식을 치르고 막내 결혼식을 치를 수도 있고, 두 일이 겹칠 수도 있고. 지금 집은 아수라장이야.


지금 내 마음이 모래로 지은 모래성 같아.

한 없이 답답하고 한없이 막막해.


엄마.

오늘 병원에서 아빠 의식 있을 때 임종면회를 오라는 거야.

급한 데로 작은 언니가 시간을 내서 달려갔어. 주치의 선생님이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 주시면서 아무래도 폐렴이 아닌 거 같데.

평생 이런 폐렴은 처음보신 다네. 금요일 사진에서는 한쪽폐엔 물이 조금차고 한쪽폐에 염증이 조금 있었는데, 오늘 다시 찍어보니 한쪽 폐는 물이 다 차서 아예 안 보이고 한쪽폐는 염증이 꽉 들어찼데.

보통 폐렴이 이 정도면 고열에 의식도 없으셔야는데  열도 없으시고 의식도 있으신 게 이상하다고.

여러 의사 선생님들과 협진을 해봤지만 폐렴의 증상이 아닌 거 같데.

유추해 보건대 예전에 대장암 수술한 게 재발해서 간암으로 간암에서 폐암으로 폐암에서 늑막염으로 온 게 아닌가 싶으시데.

진짜 이번주 넘기기 힘드실 거라고 했데.

간호사인 언니가 봐도 온몸에 황달이 온 게 오래 못 견디실 거 같다고 했어.


~~

엄마~~~

난 금요일에 충격을 미리 많이 받아 그런가? 오늘은 놀라지 않고 냉혈안처럼 차분하고 의연했어. 어제까지 죽다 살아나서 그런가 아빠를 보내드릴 마음에 준비가 조금은 된 건가!

엄마 오늘 울지도 않았는데  몸이 그렇지가 않다네.. 몸이 자꾸 아파와.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무진장 애를 쓰고 있거든. 그런데도 마음이 자꾸 부서져 내려버려.


나랑 큰 언니네는 수요일에 임종면회를 가기로 했고, 막내는 목요일에 다녀온데.


너무 불안해서 타로카드를 네 번이나 봤는데 다 같은 결과가 나오더라고.


이별


살아계실 때는 그렇게 자식들 가슴에 상처만 주셔서  밉기만 한지 알았는데...

막상 가신다고 하니 더 잘해드리지 못한 거만 생각나고 원래 그런 사람인데 내가 좀 더 참고 받아들일 걸 하는 후회가 가슴을 치게 아프네.


엄마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한테는 천도제말고는 아무것도 못 해 드렸는데.. 그거에 비하면 아빠한테는 많이 해드린 건데도 자꾸 미안하고 아파.

마음이.


엄마

하늘에서 힘없으셔?

아빠가 막내 결혼식은 잘 보고 가셔야지. 어찌 바로 앞에 가셔. 엄마가 힘 좀써주셔봐.

막내는 막내대로.

둘째 언니네 사돈어르신도 오늘내일이시래. 양가 장례가 겹칠까 걱정이래고.


엄마 평생에 한번 겪는 일이 이렇게 몰려 일어날 수도 있는 거야?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제발. 제발. 제발.

엄마 오늘밤 꿈에 꼭 와.

기다리며 잠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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