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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Dec 21. 2023

Dear. 그리운 당신께

하늘 우체국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이니 여기저기 눈사람들이 보이네요. 정겨운 눈사람을 보니 당신과 함께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그동안 참 힘들었노라고 재잘재잘 거려 보고도 싶고. 아무 말도 안 해도 내가 다 아노라는 그 눈빛이 그립기도 하고요. 참 많이 보고 싶은 밤이네요.


당신은 이곳에 안 계시니 모르시죠.


그곳은 따뜻하신가요?

하늘에선 당신 위로도 눈이 내렸나요?ㅎㅎ


저는 정말 동분서주 바빴던 거 같아요.

그게 제 마음의 속도였는지, 속세적 일의  횟수였는지 모르겠지만요. 참 많은 일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어요. 그러나 제가 누굽니까? 싹 다 씩씩하게 잘 해결해 냈지요. 아빠도 기적처럼 잘 버티고 계시고요.


사람들은 눈이 오면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아직은 속없이 좋더라고요. 출퇴근하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눈이 이상기후로 함박눈이 쌓이는 일이 별로 없잖아요.


눈보라가 휘몰아치면 모자 쓰고 나가서 눈을 그대로 맞고도 싶고요. 눈에 파묻히고도 싶고요. 아직도 눈이 쌓인 곳엔 눕기도 하고 딩구르기도 해요. ㅋㅋ


토요일에요. 하늘의 길이 어떻게 면 제가 지나는 길로 눈길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동생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눈발이 엄청 심해졌어요. 혹시 당신이 결혼식 끝날 때까지 눈구름 버튼을 잡고 계셨던 거 아닌가요? 시속 20으로 오느라 휴게소도 두 번이나 들리고 몸이 굳어 힘들었지만요. 눈보라를 헤치고 오는데 엘사 찍는지 알았어요. 운치 있고 신기하더라고요.ㅎㅎ


어제까지 온 세상이 겨울왕국이 되었어요. 그래서 잠시 쉬라는 뜻으로 알고 쪼그라든 심장에 펌프질  했지요. 덕분에   쉬었습니다.


동생을 시집보내고 나니 빈집 증후군처럼 마음  구석이 텅 빈 거 같아요. 한 세 살인가부터 동생을 돌보는 일이 제 차지였거든요. 동생이 떠난 자리가 남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 건지, 허전한 건지...


마음의 자리를 이제는 나의 공간으로 채우려고요. 이젠 여유가 조금 생겨 그런가 글을 쓰고 싶더라고요. 근데 요즘 진지하게 읽은 책이 없기도 하고 사유가 낮기도 해서 굉장히 글 쓰는 게 어색해졌어요.


일기야.. 그날의 일을 적는 거니 상관없지만 수필은 다르잖아요. 시각의 차이와 깊이에 따라서도 그렇고요. 연관성에 따라 빈 스토리가 될 수도 있고 뜻이 담긴 스토리가 될 수도 있고요.


~~


그냥 따뜻한 차 한잔씩 시켜 놓고 당신 눈을 바라보고 싶은데...

당신의 따뜻한 미소와 따뜻한 눈빛.

달콤한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거 같아요.

이런저런 얘길 주절주절거리면서요.


아빠가 잘 버티고 계시지만 제 마음은 늘 준비돼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아직은 평온할 수가 없어요.


이 모든 일이 정리되면 당신을 보러 갈게요.

오동도 제일 좋아하는 바위 위에 앉아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파란 하늘을 보러 갈게요. 그땐 이런저런 얘기 많이 나누어요.


참 올해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편지를 많이 못 보냈어요.

미안해요.

이해하죠?

이해해 주세요~~


내가 늘 당신을 잊지 않고 사랑하듯이 당신도 이해주 실거라 믿어요.


언제 어디서든 나는 당신의 꽃향기가 그립습니다.



2023.12.19. your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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