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1.05/금)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이 글은 매우 어둡습니다. 저의 일기이기에 저의 비밀노트 같은 공간입니다.

심신이 미약하신 분이나 저 같은 우울증, 불안장애분들은 읽기를 조절해 주세요. 감정은 전달되므로 아픔을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거울이 뿌예지면 내가 맑게 보이지 않는다.

나의 거울은 지금 먼지로 가득하다.


나는 나를 얼마나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걸까?


정신과 1년을 다니다 보니 내 손에는 한통에 수면제가 가득 차 있다.


이걸 먹고 이 지옥 같은 현실을 끝내도 좋겠다.

아님 창문 위에 올라서면 어떨까.


하루에도 수없이 이런 삶과의 줄다리기를 한다.


삶의 기본값은 고통이라고 스승님이 그러셨는데.. 나는 기본 디폴트 값의 최고치를 채운 기분이다. 이 보다 더 불행할 수도 있겠지만 이만큼 오랜 시간 불행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억만년의 죄를 계속 계속 속죄하기 위해서 나는 끝없이 환생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이런 환경에서 버텨야 하는 숙명을 지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누군가는 꾀병으로 치부하고 누군가에게는 오해의 오해를 받을지라도 버틸 수 있을지 알았다.


그러나 내 몸을 밟고 간 발자국들은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짓눌려 남았다.


뿌연 거울을 봐도 짓눌린 자국들이 어떤 날은 더 아프고 어떤 날은 버틸만했다. 버틸만한 날은 또 살아보려 찢어진 옷을 꿰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졸도했다 일어나는 날에는 '아빠 어쩌면 하늘나라에는 내가 먼저 갈 수도 있겠어'라며 울다 잠이 든다.


지금 내가 버티기엔 너무 힘든 시간이다. 난 애초부터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앞으로 얼마나 살아야 전생의 모든 죄가 속죄되는 걸까. 얼마나 죄가 많길래 이번생에 태어난 걸까.


이젠 분홍이 안정제 한 알로는 효과도 없다. 의사 선생님은 더 처방해 주실 수 없다고 하셨다. 이 약의 한계로 안되면 난 정신병동에 입원하자고 하셨는데. 난 그리 오래 버틸 수 없을 듯하다.


별것도 아닌 원자가 잠시 생명이 깃드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우주의 짐을 이고 가는 듯 힘든 걸까. 흙 한 줌에 불과하지 않은 내가 잠시 형태가 변했다고 성질까지 변하는 것일까.


나는 미량의 원소들의 합이자 들판과 바위인 것을 아는데.. 왜 마음을 조절할 수 없는지 모르겠다.


화산이 분화해서 산소가 줄어들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분쟁과 혼돈 속에서 나는 숨이 쉬어지지 않고 극도로 불안하다. 고통을 누가 알까.


나는 그냥 이대로 석상이 되고 싶은지도 모른다.


살아야 할 이유는 분명히 많은데 내가 없어도 다들 잘 살 거 같은 생각으로 치우쳐진다. 아마 사실일 거다. 산 사람은 산 사람대로 잘 살아가게 되는 거 같다. 어려서 엄마를 잃어 본 나도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나는 조절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다음 주에는 기간은 안 됐지만 정신과를 꼭 가봐야겠다.


나는 사실 너무 두렵다.

내가 언제 이성을 놓을지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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