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감싸 안아 줄게요~~(흥얼흥얼)
(베개)
시끄러워, 잠 좀 자자!
허구한 날 뭘 그렇게 감싸 안아,
네가 원더우먼 드라마 OST야
(이불)
따스한 바람처럼 달려갈게요~(흥얼흥얼)
스며드는 햇살처럼 아슬아슬해요
(베개)
아~
진짜 너 때문에 오늘도 다 깼어
(이불)
미안, 난 아가가 자고 있을 때 가장 사랑스럽더라
(베개)
아가? 이렇게 큰 아가가 어딨어?
너 시력 괜찮은 거야?
(이불)
응, 나 시력 좋은데. 나한텐 다 아가야
엄마 뱃속에서 나오고부터는 다
내가 안아 재우니 다 내 아가들이지
(베개)
뭐야! 뭉클하게,
혼자 착한척하시기는..
(이불)
들어봐, 우리는 종일 집에서 기다리지만,
난 늘 생각해.
밖으로 내딛는 걸음마다 벅찼을 발걸음들과 부딪혔을 마음들을.
들어오는 발걸음에 안고 왔을 고단과 고민을,
그러면 아기들의 자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아프고, 눈물이 나...
(베개)
흐 흑, 뚝 뚝,
뭐야 새벽부터 깨워 놓고 베개나 울리고,
몰라 니 얘기 들으니 너무 슬퍼.
(이불)
하늘의 햇살은 따뜻하고 눈부시잖아!
근데 어떤 아가들에겐 버겁고 고통인 빛이야.
고마운 비도 어떤 아기들에겐 무서운
사고이고 또 위험한 날이지.
감사한 곡식도 어떤 아가들에 끊어질듯한
허리와 땀방울로 맞바꾼 것이고,
그러니 어떻게 자는 걸 보고 가만있을 수 있겠어.
자꾸 노래가 나올 수밖에~~
엄마를 떠나 나에게 온 아가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하고 싶어서 그래
감싸 안아 줄게요~(흥얼흥얼)
(베개)
그렇구나, 난 매일 기름떡 머리를 안 감고 자는 거만 욕했지, 그런 생각은 못했는데..
고단하고 지쳐서 머리도 못 감고 잠든 거였구나.
(이불)
그렇지. 너무 고단해서 오자마자 쓰러지는 거지.
베개야 나도 이런 날 있어. 종일 쉬면서도 발톱에 때도 끼고 냄새 폴폴 풍기며 들어오면 엄마들처럼 엉덩이 까고 맴맴 해주고 싶고, 아기가 이불에 똥 쌀 땐 차마 숨을 못 쉬겠어.
(베개)
ㅋㅋㅋ 그러면 엄청 밉지?
엄청 화나지 너도?
(이불)
그래도 좋은 건, 그러고 나면 뽀송뽀송 상큼하게 씻고 온다는 장점이 있어, 이런 걸 고진감래라 하지~
하하하~
(베개)
퍽도 좋겠다.
햇살 좋은 날 나처럼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