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1.16/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오늘은 아빠가 떠나신 지 6일째 되는 날이다.
나는 얼마 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운동화를 신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몸이 도착한 곳은 늘 찾던 동네서점. 나는 그곳에서 첫 번째로 들고 읽던 시집을 샀다. 그리곤 서점 의자에 앉아서 읽다가, 마음이 안정되길래 집에 돌아왔다. 그리곤 깨달았다. 그래 도망가야겠다. 이것만이 내가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다른 작가님들의 세상으로 유영하기로 했다.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외한 모든 시간은 책만 읽고 있다. 세 권의 책을 곁에 두고 배스킨라빈스처럼 골라 먹으며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박준시인님과, 몬티 라이먼 작가님, 조정시인님의 집에서 나는 칩거 중이다. 이분들과의 시간이 끝나면 또 다른 작가님 댁으로 이사를 갈지, 아님 집으로 돌아올지 모르겠다.
나의 세상이 아닌 곳에 있는 것도 참 재밌다. 시인의 시간대와 상황과 환경 속에 마주 앉아 그를 바라본다. 그리곤 묻는다.
"시인님 당신의 은유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런가요? 조금만 더 상황과 시간을 들여주시겠어요?"
"그러면 이해가 될까요?"
"그럼요. 누구라도 이해하실 수 있어요."
"나의 시간으로 완전히 오세요. 그럼 나의 말이 보이실 거예요"
나는 같은 시를 열 번, 열다섯 번을 읽었다. 그리곤 다음페이지를 읽었다. 그러다 문득 무릎을 팍치는 순간을 만났다.
'아, 그런 뜻이었구나'
시란 참 오묘하다.
내 안에 담아 두면 내 시간이 테옆시계처럼 맞춰진다. '딸깍' 그 순간이 오면 도파민이 샘물처럼 샘솟는다. 아! 이래서 어려운 시도 읽는구나.
지금 내가 있는 조정시인님의 세상은 참 번잡하고 혼란스럽다. 세상의 슬픔과 고독이 묻어나고 작가의 번민이 밀려온다. 그러나 작가의 깊이 있는 성찰을 배우고 그의 눈을 통한 세상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분은 명료하고 간결하며 고결하다.
이분의 세상이 힘들어지면 나는 차를 마시듯 다른 세상으로 옮겨 갈 수 있다. 도피를 핑계로 호강을 하는 기분이다. 다른 작가님의 세상에 이렇게 깊이 들어와 보긴 참 오랜만이다.
가끔은 가출을 해도 괜찮다. 나의 영혼이라고 나의 육신에만 있어야 하란 법은 없다.
가끔 깊은 명상을 하면 다른 이의 곁에 가 있을 수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지금
나의 영혼은 가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