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경보가 종일 오고 있다. 날이 많이 추우려나보라고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가 베란다를 열어 보며 이런 말을 했다.
"엄마 겨울은 제우스 같은 신이 고백했는데 차여서 온 게 아닐까"
나는 약을 먹다 뿜을 뻔했다. 아이들의 그 순수함과 엉뚱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동심이 마냥 신기하고 부럽다. 그래 겨울은 신이 심술 나서 생긴 걸 수도 있고, 만물을 쉬게 하는 시간일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곤 핸드폰을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여수 친구에게 카톡이 와있었다.
친구야~~ 조급해하지도 우울해 하지도마~ 어차피 시간이 흘러야 아픔도 점점 흐려지는 거야~ 벼랑 끝에 설 때가 있었는데 지나 보니 또 이겨내졌더라고..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하잖아~그땐 진짜 너무 힘들더라 근데 지금은 좀 유유해진 거 같아 시간이 약이더라고~~ 그리고 우린 엄마잖아~~^^ 엄마는 강하다... 알았지
그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 맘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내 친구..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했었다. 버틸 만큼 버텼다고 생각하는데도 눈에 띄는 차도가 없어서 조급해지고 있던 참이었다. 속을 안 보이는 나인데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친구가 있어 오늘은 참 감사한 하루였다.
다친 사람의 발자국을 쓰는 이가 있다. 그는 사람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다. 가까운 사람의 마음이다. 다정하고 애틋한 그 마음만이 다친 사람의 발자국을 지울 수 있다.
나는 오늘 내 친구에게 서울 여행 빚을 졌다. 친구가 늘 내게 여수 오동도의 동백꽃을 선물하듯 나는 친구가 좋아하는 서울여행을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