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1.24/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꿈을 꿨다. 공모전 공모사에서 월간문이 도착했다. 시상자 이름에는 없고 교정해 줄 목록에 내 이름이 있었다. 띄어쓰기 하나 틀림으로....

그럴 리가 없다며 그 신문을 열심히 들여다보다 꿈에서 깼다. '아, 내가 무의식으로는 신경을 쓰고 있었구나' 공모사에서 접수가 잘 되었다는 메일을 받고부터는 내심 기대가 있었나 보다. 그래도 좋다. 그 공모사에 수상작들을 이미 살펴봤으니 말이다.

사실 오늘은 병원에 가려했는데 못 갔다. 내가 다니는 정신과는 올해부터 수요일 진료를 안 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의 글을 더 쓸 수 있다.


책을 쓰기 시작하니 브런치 글이 머뭇거려지는 순간들이 자꾸 생긴다. '이 글은 책에 써야 할 부분이니 빼게 되고, 저글은 혹시 중복이 되지 않을까 싶어 빼게 된다.' 매실 진액처럼 과육은 걸러지고 즙만 남겨야 하기에 글은 늘 한 글자 한 글자에서 멈추고 서기를 반복한다.


재밌는 건 자면서 한 단락을 쓰고 종결까지 맺으며 생각한다. '이거 내일은 생각 안 날 거야... 음...'

이러다 깊이 잠이 든다. 아침이 되면 정말 깨끗이 생각이 안 난다. 그렇다고 생각났을 때 일어나 쓰기엔 난 이미 꿈의 문 앞으로 멀찌감치 걸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오랜만에 비빔밥이 먹고 싶어 콩나물부터 야채들을 시켰다. 느타리를 2k에 오천 원에 팔길래 얼른 같이 구매를 했다. 평소 개코같은 아들이 버섯을 극혐하는 바람에 버섯냄새를 풍기기 어려운 집이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먹고 싶어서 확 질러버렸다. '와우' 느타리 2kg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느타리 한 박스가 도착했다. 나는 점심부터 1/3 느타리버섯을 비빔밥으로 먹었다. 역시 좋아하는 걸 먹으니 속이 편안하다. 옆에서 소고기 비빔밥을 먹는 윤호도 냄새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거 같아 다행이다. 이제야 나의 세상이 펼쳐지는구나~


익숙함은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나에겐 버섯과 흔한 나물 반찬이 그렇다. 그 편안함은 속으로 들어가도 같은 현상을 일으킨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는 말처럼 말이다.


경험의 산물이 곧 나의 삶이다. 경험이 많아지면 익숙해지고 편안해진다. 나는 어떤 글작가가 되더라도 내가 써본 만큼만 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도 하고 일기도 쓴다. 푸념을 기록하려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중이다.

말을 글로 읽히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스승님 말씀에도 그렇고, 내가 살아본 만큼의 결과로도 그렇고.


성실을 이길 재능은 아직 본적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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