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와 육수의 수다

만담 해풍소

by 이음

(미원)

나 너무 억울해서 못살겠어.


(멸치)

왜 무슨 일인데?


(미원)

사람들은 이상해?

식당에서는 내가 최고라며 줄을 서서 먹으면서 집에만 오면 내가 나쁘데. 진짜 어이없지 않아?


(다시다)

정말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엄청 억울해.

남자들이 결혼 전에는 본가에 잘 안 하다가 결혼만 하면 아내한테 효도하라는 거랑 뭐가 달라?


(멸치)

맞아, 수컷 멸치들도 결혼만 하면 이상해져

무조건 시가에 먼저 들리자 한다니깐~


(다시마)

왜 다들 집에만 가면 이상해져?

나도 이해가 안 가! 나도 다시다에 들어가는데 다시다만에 들어가면 차별받아.


(새우)

아저씨가 조미료 넣은 음식 싫다 해서 아줌마가 멸치랑 나랑 다시마 넣고 육수 끓이면 드시는 게 영 시원찮아. 배달의 민족에서는 ‘치킨, 마라탕, 짜장면’은 입에서 침을 뚝뚝 흘리면서 드시면서 우리로 요리하면 젓가락이 허공질을 하더라니깐.


(미원)

그래, 맛집에는 우리가 듬뿍듬뿍 들어가는데도 줄을 몇 시간씩 서서 먹으면서 집에서는 우릴 안 넣고 장금이 나오길 바라지. 어불성설이야. 정말!


(새우)

얘들아, 사람들은 그런 거 같아.

많이 먹어 과식하면서도 살 빠지길 원하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도 오래 살길 원하고, 공부는 하기 싫으면서도 시험은 잘 보고 싶어 하는 두 가지 마음이 존재하는 것 같아.


(멸치)

맞아,


(미원)

그래, 그래서 내가 맨날 하는 말이 있잖아.

남자나 여자나 똑같아 제발~

키 큰 남자가 좋으면 키 큰 남자만 해

돈도 잘 벌면서 잘생긴 남자 말고.


예쁜 여자가 좋으면 예쁜 여자만 해

학벌도 좋고 몸매도 짱인 여자 말고.


과유불급이라고 했어.


'양손에 떡을 들고 어느 것을 먹을까' 고민하지 말고 더 먹고 싶은 쪽을 먹고, 나머지는 감사하게 내려놓으라고.


(다시다)

맞아 우리 신세가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거랑 뭐가 달라.

우리를 꼭 먹으라는 게 아니야. 선택을 하고 욕심을 내려놓으라는 거지.

우리를 먹을 거면 찜찜해하지 말라고.

우리도 소중한 생명이야.


(미원)

맞아. 나도 이제 후추통에 멸치가루랑 같이 들어가서 후추 인척하기 싫어.


더는 미원 가문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아.

흑흑흑….

커밍아웃 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