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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Feb 10. 2024

Dear. 아빠 엄마 해피 설~♡

하늘 우체국

아빠..

아빠 자유를 얻으신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가요.

엄마랑 잘 지내시지?

그새 아빠가 좋아하는 설이 다가왔어.

아빠 명절 음식 참 좋아하셨는데...

이번 설은 하늘 가족들이랑 잔치하셔.

(엄마랑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고모. 내 위에 먼저 간 오빠 둘, 큰 이모, 둘째 이모부, 광일이, 영일이 오빠..

~ 남은 사람만큼 많네. 하늘 식구들도.)

 

아빠 그거 알아?

내가 그 명절 음식 챙겨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아빠 음식을 갔는지.

그거 갔다 드릴 수 있다는 기쁨으로 더 많이 참고 버텼었어. 아빠는 몰랐겠지만.

이젠 다 지난 일이 되었네.


이젠 충주 갈 일도 없어졌어.

아빠가 없으니 난 이젠 친정도 없는 거고. 고아지..ㅎㅎ


나이가 이렇게 많은데도 이제 고향이 없다는

사실이 아직 좀 어색해.


내가 태어나 학교 다니고 자란 곳이 다시는 갈 필요 없는 곳이 되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이젠 아빠집에 가도  그 집은 아빠집이 아니고, 아빠집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이제는 아빠가 받지 않겠지.


핸드폰에 저장된 아빠폰 번호도 아직 지우지 못했어. 나는 왠지 내가 죽기 전까진 못 지울 거 같아.


아빠 고마운 게 있어.

엄마유전자인지 아빠유전자인지 모르겠지만 손주가 공부머리가 꽤 있어. 기본적으로 나는 지능이 높고 애기 아빠는 손재주가 많아. 애가 그래서 머리도 좋고 손재주도 좋아. 상장을 알림장처럼 타오고. 학원은 하나 안 다니고도 늘 최상위를 놓치지 않고 있어. 누가 공부하라는 사람도 없는데도. 스스로 상위권에서 학생회장 정도는 유지하는 게 좋데. 어떠셔? 아빠 좋으시지? 손주 공부 잘한다니깐.

더 웃긴 건 별 노력도 안 하고, 잘 거 다 자고, 놀 거 다 놀고, 수업시간에만 몰입하는데도 그 정도야. 학원은 복싱하나 다녀. 좋아하는 일도 많고 재주도 많아서 우린 별걱정 안 해. 뭘 하든 자기 밥그릇은 잘 챙길 거라 믿거든.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가게 길잡이만 해주고 있어.


아빠가 그랬잖아. 내가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이 첫째로 아들을 낳은 거라고. 아빠 한 풀어줬다고. 그 손주 잘 크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마셔.


아빠. 내일부턴 겁나 바쁠 거 같아. 체력이 받쳐줘야 할 텐데... 걱정이다. 아빠가 핫스팟으로 체력지원 좀 해주셔요. ㅋㅋ


아빠 내가 49제 때 뭐 사 갈까?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시면 텔레파시로 말씀하셔..

그럼 내가 그거 준비해 갈게.


아빠 좋아하는 찬송 그'빈 들에 마른풀 같이'들으시고 싶으시지? 가서 예배 볼 지도 큰언니랑 얘기해 봐야겠다.


아빠 벌써 밤이 깊었네..

엄마와 잘 주무시고.

첫 프리한 설 쓸쓸해 마시고

엄마와 하늘에서 행복하게 잘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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