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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Feb 04. 2024

Dear. 아빠 나여 셋째 딸~

하늘 우체국

아빠.

그곳은 어떠셔?

여기보다 나으려나,

아님 아프시더라도 이곳이 나으셨으려나.


사람의 삶이란 게 알고 보면 참 별거 없는 것을 죽기 전엔 그렇게 애착뿐인지..


아까 손주하고 마켓다녀오는데..  편의점 앞에 콜을 대기하는 퀵아저씨들이 쭈욱 앉아 계셨어.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저씨들의 삶과 우리네 삶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상처받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아저씨들이 편의점 앞을 대기하는 순간이나, 우리가 클라이언트에게 숙이고 들어가는 순간이나 을의 입장은 다르지 않으니 말이야. 


그런데 갑도 사실 좋지만은 않아. 갑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사투의 시간도 외롭고, 그  위에 또 다른 갑이 있는 경우도 허다하고.


아빠.

아빠의 인생이 한없이 좁고 쳇바퀴 같았던 거 너무 슬퍼하지 마셔. 결국 삶은 크게 돌든 작게 돌든 돌아오는 곳은 같더라고.


어제랑 오늘 하늘은 왜케 꾸물거리나 몰라!

몽골에서 뀐 방귀가 우리나라 하늘을 덮었나 봐~


어두침침하니 입춘 같지도 않네.


아빠 사실은 요즘 '있고 없고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  아빠의 있고 없고 말고, 그 밖의 모든 있고 없고 말이야. 그 차이를 가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음을 알게 된 거 같아.


사람은 보이는 만큼만 보고, 보이는 만큼만 이해하려 잖아. 또 그게 나의 세상인 줄 알거든.


그래서 요즘은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어.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진공 그 너머에는 세계 말이야.


나는 요즘 어떤 무중력의 상태에서 풍선처럼 붕붕 떠 다니고 있어. 난 이게 마음 편해 아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거.


소속되고 싶지도 않고, 얽매이고 싶지도 않고.

그냥 정신 속에 '무'만 가득했으면 좋겠어.


그래도 요즘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어.

체력이 살살 올라오니 살짝 살 거 같기도 해.


그러니 아빠는 내 걱정 말고. 아빠 걱정하셔. 그곳에서도 잘 사는 방법이 있다면.

평온한 방법이 있다면.

그게 아빠의 제일 중요한 과제이길 바라..


아빠 또 편지할게~


그동안 굿바이~♡



2024.02.04(일)

땅에 있는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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