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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Feb 13.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2.12/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오모나~

드디어 설은 완전히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어요. 어떤 큰 행사를 치른 거처럼 홀가분합니다. 냉장고도 뚱뚱해졌고요. 저도 냉장고랑 같이 뚱뚱해졌습니다. 천고마비가 아니라 설다인비 아닌가 몰라요.


날이 푸근해서 베란다를 열어보니 벌써 목련에 꽃봉오리가 맺혀 있네요. 참 빠르지요. 제야의 종이 울린 게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입춘도 지나고 봄이 성큼성큼 오려나 봅니다.


봄은 성격도 급하지요. 봄이 이래 급속도로 오면 겨울 입장이 곤란하겠어요. 올 겨울은 눈오리만 열심히 만들었지, 정작 땅을 많이 얼리진 못했잖아요. 겨울은 겨울대로 추워야 다음 해 농사도 잘 되고 병충해도 덜 입을 텐데요. 올해는 보리도 웃자라고 말겠습니다.


저녁에 파인애플을 먹는데 남편이 씨앗을 빼서 모으더라고요. 발아시킨다면서요. 그래서 키친타올에 발아시키는 법을 알려줬어요. 그리곤 파인애플 껍질을 치우는데 씨앗이 하나 남은 거예요. 아무도 모르게 소중히 숨겨서 씻었지요. 그리곤 남편 테라리움 어항에 벽면 쪽으로 끼어놨어요.


발아하려나 모르겠어요. 나중에 '여기 이상한 거 난다' 하면 솔직히 말해야지요. 제가 장난친 거라고요. 설마 파인애플 씨앗이 주변 이끼들을 다 죽이지는 않겠지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전 진정 죽습니다. 에고.^^;


'유시민작가님의 표현의 기술'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유작가님 책중에서는 이 책이 저와 가장 잘 맞는 거 같아요. 술술 읽히더라고요.


글쓰기 기술을 배우는 책으로 전 '스틱'이 제일 좋았고요. 그다음은 이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하죠. 전자책을 사려고 마음먹으니 자꾸 더 종이책을 사게 되는 거 같아요.


이젠 정말 집에 책모아 놓고 읽은 책 기억하기는 안 해도 되는데요. 저장은 핸드폰으로 옮겨해도 되는데요.


올해에는 여러 일들이 마무리되며 안정되고 다시 일어서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잘 이루어지겠죠.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으니깐요. 이번달 아빠 49제만 끝나면 올해의 큰일은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은요.


삶이 계속 영속될 것처럼 말하는 게 우습지만 또 그런 착각으로 사람은 살 수 있으니깐요.


오늘도 수고하고 애쓴 나를 토닥이며

이 밤을 청해봅니다.


제발 자자 몸아~

약 없이도 자야 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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