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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Feb 14.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2.13/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내생에 가장 무서운 꿈을 꿨다. 놀란 심장 통증이 현실에서도 느껴져 깨었다.


이제 많은 일들을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무의식은 전혀 그렇지 않은 걸까. 아니면 진짜 의미가 있는 꿈이면 어쩌지 싶어 불안하다.


꿈에서 아빠는 살아계셨고 표정도 밝으셨다. 아빠와 우리(딸들과 손녀)는 점심을 회사 근처에서 같이 먹었다. 그리곤 아빠에게 우린 다시 회사를 들어가야 하니 아빠는 집에 먼저 가 계시라고 했다.


그때 아빠는 살도 통통히 오르시고 웃고 있었지만 간헐적 치매가 온 상태라고 꿈에선 알고 있었다. 아빠는 할아버지들이 잡고 걷는 구르마를 잡고 종종 재자리 걸음을 하셨다.


그때 큰언니가 안 되겠다면 사거리 신호등까지 모셔다 드리자고 했다. 녹색 신호가 바뀌었을 때 언니와 나는 아빠에게 곧장 집으로 들어가시라고 하며 건너가시라고 보내드렸다. 아빠가 횡단보도 끝나는 만큼 가시는 걸 보고 우리도 돌아서 가고 있었다. 그때 언니와 나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아빠가 갑자기 횡단보도 빨간불에 다시 돌아오시고 계셨다.


휴..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


그리고 마주 오던 차에..

또 반대편 마주 오던 차에..

차들이 연속 추돌 사고가 나면서 승용차가 우리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큰언니와 나는 대각선 계단으로 뛰어올라 차를 피했다.


그리곤 계단 위에서 지켜본 상황들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아빠의 구르마도 분해되어 잔해가 보이고 차들은 계속 추돌되고 있었다.


언니와 나는 너무 놀라 둘이 꼭 껴안고 '아빠 어떻게 아빠 어떡해'를 치며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 순간에 나는 언니에게 '언니 119. 언니 119'라고 외쳤다. 언니의 심장박동이 너무 빨라 내 심장까지 터지는지 알았다.


그리곤 장면이 바뀌었다.

내가 웬 미닫이 문으로 된 길가 작은 슈퍼에 얼굴만 넣고 있었다. 몸은 차마 못 넣고 덜덜 떨며 말했다.


"여기 잠깐만 있게 해 주세요."


"누구신데 그러세요?"


"여기 앞 사거리에서  사고가 났는데.. 그게 저희 아빠사고예요.."

"너무 무서워서 못 볼 거 같아요. 여기 잠시만 이렇게 있게 해 주세요"


"그러세요. 문에 가격표 붙인 거 떼이지 않게 잡으시고요"


그리곤 꿈이 깨었다. 눈을 뜨자마자 안정제부터 먹고 숨 고르기를 했다.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정도여서 더 혼란스러웠다.


아빠가 저승을 못 가셨구나 싶은 생각과, 그 횡단보도가 이승과 저승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시고 싶은데 돌아오실 수 없는 현실 같았다.


임종 때 자식들을 못 봤으니 보러 오신 거 같기도 하고, 표정은 웃으면서 가셨는데..

어찌 그리 비참한 마지막을 보여주셨는지 모르겠다.

 

이미 떠나신 분을 꿈에서도 또 보내드려야 하니. 참 비통하다. 그렇게 살고 싶어 하셨는데, 얼마나 가고 싶지 않으셨으면 되돌아오셨을까 싶은 마음에 하루종일 혼란함이 가득 찼었다.


자식은 부모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후회를 한다는 말이 참 맞는 말 같다. 그 많던 애증은 사라지고 이렇게 가슴에 맺히고 한 없이 죄송한 걸 보면 말이다.


이렇게 생생하고 가슴 아픈 꿈은 다신 꾸고 싶지 않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이별의 몫도 포함이라는 사실이 참 두렵게 느껴진다.


더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낼 자신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기가 더 어려울 듯싶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뒷면이 이별이라니.

앞면의 사랑만 있는 세상은 없는 걸까!


그런 세상이 있다면 꿈이라도 좋으니

오늘밤은 그리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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