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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Feb 19.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2.18/일)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아빠를 보내드린지 40일째이다. 딱히 엄청 실감 나지도 않고 정신은 계속 정지 상태이다.


장례식 3일이 자꾸만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겪은 부모님의 장례식이어서 그런가.


그날의 시간들이 조각처럼 문득문득 나를 찾아온다. 싫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은데 조금은 아픈 거 같다. 그 조각들이 나를 찾아오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잠을 청한다. 회피일 수도 있고 차분한 회상 속 정리일 수도 있겠다. 그날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날이면 내 안에 또 다른 방이 하나 생기리라.


내일은 또 정신과를 가는 날이다.

어떻게 지냈느냐고 또 물으실 텐데...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 그냥 밥 먹고 자고 꿈자리가 어수선했다 이게 다이다.

그리곤 잘 계신다는 꿈으로 다시 마음을 놓았으니 그것 외엔 별일은 없었다.



지금 나의 상태는...


잠은 매우 불규칙하다.

두통은 매일 달고 살고

운동은 꾸준히 해서 체력은 상승하는 게 느껴진다.

우울증은 아주 가끔 얼굴을 비쳤다가 사라지고,

불안증은 좀 자주 다녀간다.

과호흡은 많이 좋아졌고,

공황장애는 가물 나듯 온다.


불안장애 약은 하루에 두 번을 먹고, 우울증 약은 자기 전에만 먹는다.


명절이 끝나고 나는 빅히어로처럼 굴러 다니기 직전이 되었다. 아들이 말하길 엄마는 늘 뚱뚱했던 기억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생에 살이 찌리라고 상상도 못 하던 시절이 37년이나 있었다.

그런 나도 이젠 눈사람처럼 굴러다니고 있다.

이는 충격을 제대로 받아야 할 일이다.


이젠 주는 데로 먹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식단으로 내 양만큼만 먹고살기로 했다. 남기는 게 미안해서 억지로 다 먹었더니 맨날 체하고 몸은 고 몸에 염증은 더 돌아다니는 거 같다.


미련한 나를 손 봐야 한다. 내가 원하는 걸 말하고 미안함이겨 내야 한다. 그래야 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명절 이후 식이조절을 시작했다.

밀가루와 기름 식품, 설탕과의 이별.




아침은 보통 굶는데 가끔 배고프면  호두 3알에 유산균을 먹는다.


유산균은 2가지 종류를 먹는데

'장내 유익 유산균+유익 유산균 먹이'를 먹는다.

철분치료 중이라 부딪히는 음식을 피하고 있어 공복에 먹는 게 좋다. 흡수를 돕기 위해 철분제와 비타민을 같이 섭취하고 있다.


점심은 주로 비빔밥을 먹는다.

당근, 콩나물, 생채, 버섯을 넣은 비빔밥에 김치, 올리브를 몇 알 간단히 먹으면 속이 편하다.


저녁 전 간식으로 닭가슴살 100g과 양배추 슬라이스에 올리브와 발사믹만 간단하게 섞어 먹는다.


저녁은 안 먹는다. 오전에는 철분치료를 하는지라 저녁 영양제로는 마그네슘과 미네랄 영양제, 녹용을 먹고 있다.


설탕을 끊었더니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저녁에는 실내 자전거를 탄다. 타고나면 힘들지만 꾸준히 할 수 있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혈압도 많이 내려갔고 좋아지는 게 실제로 느껴진다.


식이조절은  챙겨 먹이기가 참 귀찮다. 한 가지만 먹으면 편한데 이것저것 골고루 먹이는 게 보통 성가신 게 아니다. 오메가 3도 다시 먹어야 하는데 타이밍 잡기가 참 어렵고, 매일 챙기기가 만만치 않다.


내가 체력을 끓어 올리고자하는 이유는 단지 눈사람처럼 굴러다니는 게 싫어서가 아니다. 외모에 관심을 가질 나이는 이제 아닌 거 같다. 그보단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몰리는 나이이다.


평소 늘 존경하고 가슴 아파하던 분이 일을 시작하셨는데 정작 발 벗고 도우러 갈 체력이 안된다. 예전 같았으면 두 손 두 발 걷고 달려갔을 텐데 열정만 있지 책임지러 갈 두 다리가 없다.


단지 이번만 일손이 필요할리는 없다.

특히 나 같은 서류에 착화된 사람이라면 여러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그러려면 우선 체력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서 마음만 보내지 말고 실천으로 함께하고 싶다. 우선 그러려면 일단 체력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내가 또 언제 이렇게 가슴 뛰게 움직이고 싶은 순간을 만날 수 있을까. 기회가 된다면 정말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이번엔 나의 인생의 책장엔 부수가 넘어간다. 첫장부터 신나고 파이팅 넘치는 이야기로 써내려 가 볼 참이다.


이번 장엔 시작부터 어떤 내용이 적힐지 나도 매우 궁금하다~


결말을 알 수 없는 책을 한 권 읽고 있습니다. 끝까지 볼 수 있을지, 몇 장까지만 보다가 떠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나의 인생이라 매일 한 장씩 꾸준히 넘기는 중입니다~
                                                       from.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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