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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Feb 23. 2024

엄마 아빠 둘 다 양육을 거부하면 어떡하나요?

수필통

어쩌면 사람은  아픔을 비워내기 위해  글을 적을 때도 있으리라.


아이와 얘기하다.

이런 소재가 나왔다.


"어제 변호사들이 나오는 채널을 봤는데 요즘은 양부모다 자녀 양육권을 안 가져가려는 사례가 많데"

"너무 충격적이지 않아? 엄마 때만 해도 서로 키운다고 소송하고 빼앗아가려 하고 난리였는데"

"변호사님이 말하다가 말문이 막히더라."

"이런 상황에서는 법원에서 강제로 소득이   높은 부모 쪽으로 양육을 강요한데"


"엄마 난 알고 있었어"


"어머 어떻게?"


"내가 가끔 법 같은 거 궁금하면 변호사들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보거든"


"엄마 내가 더 충격적인 얘기 해줘?"

"요즘 반에 반이 이혼가정 이랬잖아"


"응"


"6학년 때 엄마가 모르는 친구 중에 이혼가정인 친구가 있었어"

"그 애가 너무 소극적이라 내가 많이 챙겨줬거든.. 그랬더니 좀 친해지고 말하더라"

"자긴 엄마가 바람 펴서 이혼한 집 이래"


"그럼 아빠랑 살았겠네?"


"노노. 세상물정 모르소리"


"보통 유책 배우자가 양육권을 포기하잖아"


"아니지. 진짜 최악은 사랑도 없는 부모가 유책 배우자이면서 양육권을 가져가는 거지"


"그게 가능해?"


"그럼.. 엄마"

"그 친구가 무척 어둡고 내성적이고 나서질 못했어"

"모둠활동에서도 어디에서도, 근데 자기가 그러더라. 이런 환경에서 자라서 자연스레 이렇게 된 거 같다고"

" 친구가 엄마 통화하는 걸 들었다는데 아빠가 순하고 착해서 애를 데리고 있으면 양육비도 고, 나라에서 교육비도 나온다고 그러더래"


"어머나! 그 친구는 어린 나이에 그 상처를 다 받은 거야?"


"응. 그래서 너무 가난해도 사랑 없이 애를 데려가더라고"


"엄마 세상에 나쁜 부모들이 너무 많아"


"그렇지. 어른들이라고 엄청 대단하지 않아. 너희보다 경험이 좀 더 있을 뿐이지. 미성숙하긴 마찬가지야"


" 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른들이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어. 회장을 하면서 친구들을 챙기다 보면 상처 있는 애들이 내성적인 애들이 많아"

"자기표현을 못하고 주눅 들어 있고, 눈치를 많이 봐"

"우리 잘 못이 아닌데도 아이들은 다 자기 잘못인 줄 안단 말이야. 부모님의 이혼자체가"


"부모님도 사정이 있어서 그런 집도 많아. 또 이혼을 하고도 사랑을 듬뿍 주시고 양육에는 함께 노력하는 집들도 있고. 이런 집 아이들은. 이혼가정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데. 문제는 안 그런 집들만 수면 위로 부각된다는 점이지"


"그래. 엄마가 미안해. 엄마 이제 아빠랑  안 싸울게"

"안 그래도 거울처럼 기가 너무 힘들었어"

"엄마도 천성 바꾸기가 쉽지 않더라. 생긴 데로 살아야지. 아빠 짜증 내고 삐질 때마다 같이 그러는 게 엄마 수명 단축하는 거 같아."

"엄만 생긴 데로 그냥 유하게 살려고"

"그동안 미안해. 애기야"


"아냐. 나도 미안해"

"사춘기라고 엄마 너무 괴롭혀서"


우리의 대화는 좋게 마무리 됐지만, 마음에 걱정은 가득 남아 버렸다.


시대적 문제인가, 아니면 세대차이인가.

어떻게 자녀 양육권을 양부모다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시대가 오게 되었을까.


우리 아들 친구는 그 상처를 초등학교 때 새기고 어떤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왜 어른들의 죗값을 아이들이 대신 받아야 하는 걸까. 정말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 혼란은 세상을 지탱하는 바벨탑이 무너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세상에 자식도 버릴 정도면 심각한 개인주의화가 되어가고 있다, 인간은 사회성 동물인데 진화가 잘 못 되는 거 같다.


어느 것 하나 지켜낼 능력조차 없는 날 신은  이 땅에 보내셨을까.


지켜낼 어른들도 부족한데.. 죄 없는 아가들은 왜 자꾸 내려 보내시는가.


민둥성이 몸으로 와서 어떻게 살라고.

춥고 배고프고 무서워서 어떻게 버텨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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