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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17. 2024

남자여 나의 남자여

수필통

오늘은 별이 놀자고 해서 잘 시간을 놓쳤다. 무기력함이 살짝 오길래 다큐를 틀어봤다. 다큐를 보면 무기력함을 조금은 잊게 된다. 내가 모르는 정보와 타인의 시선이 느껴져 조금은 기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은 KBS다큐 '남자여 늙은 남자여'를 보고 있다.


퇴직은 남자의 종착역이 된다. 퇴직을 하면 당신의 쓸모와 역할이라는 자리에서 박탈감을 느끼게 되나 보다. 다큐를 보고 있는데 퇴직 후에 남자의 자리와 마음이 설자리가 없음이 느껴진다.


집집마다 사연이 다르고 과정이 다를 테지만 시대적 상황을 봤을 때 남자들의 입장도 한편 이해된다. 아버지들을 보고 자란 아들들이 먹고사는 데에만 집중했으리라.


산으로 공원으로 나오게 되는 남자들. 친구들끼리 모여 울리는 '짠' 소리가 소주잔이 울고 있는 듯 서글프다. 그이네도 젊어서는 몰랐을 거다. 세상이 이렇게 급격히 바뀌고 세상을 격하게 받아들여야 했다는 걸 말이다.


그걸 랐던 남자들의 옆구리가 휑하게 뚫려있다.


평생을 앞만 보고 가족과 나를 위해 무릎이 닳게 출퇴근하던 시간이 공허함으로 가득 차게 된다면 참 슬픈 일이다.


나에게도 곧 닥칠 일이라 진지하게 보게 되어

보는 내내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을 더 열렬히 응원하고 사랑한다 표현해 주어야겠다.


길에 핀 산수유를 보고도 말해 주어야겠다.


"자기야 산수유가 폈어요"


맛있는 차가 있으면 따뜻이 내어 주어야겠다.


"자기야 동백꽃차 향이 참 좋아요"


열심히 운동하고 빨리 나아야겠다. 오빠의 노년은 내가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 지금 쓰는 많은 고민들을 다 버리게 해 줄 테다. 오빠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만 하며 살게 해 줄 테니 아무 걱정 말고 건강만 하시길..


당신는 '남자여 늙은 남자여'가 아니라

 '남자여 나의 남자여' 에요.


내가 사랑하고 끝까지 보살펴 드릴 남자.


나이 들어서도 외롭고 공허하지 않도록 내가 지켜 드릴게요.


"남자여 멋진 나의 남자여"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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