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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05.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3.4/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이런 날도 있는 거지. 극심한 희비가 교차하는 날이었다. 나는 그렇게 소원하던 선생님 수업을 듣기 시작한 날이었고, 작은언니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날이기도 하다. 딱 서울로 출발하기 전에 부고 소식을 들었다. 언젠가 닥칠 일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들으니 손발이 떨려왔다. 내 심정이 이런데 우리 둘째 형부랑 언니 심정은 어떠할까. 오늘은 장례 첫 일이라 친정식구들은 모두 내일 장례식장에 가기로 했다. 나는 안정제를 먹고 겨우 출발했다.


본래도 길치인데 지하철도 잘못 탔다. 마음도 놀란 데다 시간도 촉박하니 더 덤벙거리게 됐다. 다행히도 반대편에서 타면 바로 되돌아올 수 있어서 수업을 많이 놓치진 않았다.


선생님 수업은 들을 때마다 다르다. 내가 못 찾던 퍼즐 조각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내겐 늘 진한 액기스 강의이다. 문제는 그 많은 가르침을 이해하기에 내 메모리가 한참 부족하다. 한 개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버퍼링이 같이 온다. 내 메모리가 커서 수업을 100% 이해하면 좋겠다.


다음시간에는 노트북을 가져가면 안 되겠다. 책 네 권에 노트북까지 더하니 어깨가 욕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노트와 필기구면 충분할 거 같다.


내일은 언니와 형부 우리 조카들을 위로하고 어르신께 인사드리러 가야 한다. 두 달 안에 사돈 두 분이 하늘나라에서 만나시는 일이 가능한 일이구나!


아빠..

아빠는 아셨어요? 상견례 때 두 분이 함께 가실 동무 셨다는 걸. 부디 아빠가 먼저 가셨으니 사돈 어르신도 놀라지 않으시게 잘 부탁드려요.


둘째 형부는 우리가 잘 위로할게 아빠,

 

잘 자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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