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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14.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3.13/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새벽을 열기에는 좋은 시간이다. 적당히 어둡고 싸늘하다. 좀처럼 일찍 잠들어서 잠도 일찍 깨어났다.


엊그제 밤엔 약간 아리송한 일이 있었다.

아들은 복싱학원 하나를 다니고 있다.

이틀 전부터 자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받지 않았다. 그랬더니 이틀이 되는 날 문자가 왔다.


자기는 우리 아이 복싱학원코치인데 봄학기 이벤트가 있어서 전화를 드렸다고 전화 좀 달라는 이야기였다. 아이학원을 3개월씩 납부하고 있었는데 1개월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기존에 아들을 담당하던 코치님의 전화번호도 아니었다. 그래도 코치가 둘이라고 했으니 일단 전화를 했다.


코치님은 지금 우리 아이가 납부 기간이 얼마이냐고 나에게 반문했다.

나는 3개월씩이라고 했다.


봄학기 이벤트로 6개월 납부하면 몇 퍼센트 할인, 1년 선납부하면 더 많이 할인해 주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럼 우리 아이 선결제는 한 달이 아직 남았으니 그때 얘기하자고 했다.


안된다고 하며 선착순 10명이라 지금 두 자리 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큰 금액이니 아빠랑 상의해 보고 연락드린다고 끊었다. 상의해 보니 아이도 계속 운동을 한다고 하고 할인율도 좋고 해서 몇 가지만 물어보고 6개월을 하려고 했다.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럼 우리 아이가 한자리 예약하고 싶은데 1개월 다 끝내고, 빠진 날 보충수업을 다 받고, 그때 입금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코치님 말씀이..

빠진 날은 원래 사전에 말씀해 주셔야 홀딩해 드리는데 사전에 말씀 안 해주셔서 어렵다고 했다.


내가 무슨 말씀이냐고 처음 가입사항에도 그렇게 얘기했고, 빠질 때도 늘 사전에 말씀드렸다고 했다.


"아, 그러시면 홀딩 날짜를 추려 오시면 보강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이게 선착순이라 입금자순이라서요. 지금 입금해 주셔야 확정이 되는데요. 지금 자리도 한자라밖에 안 남았고요."


"그럼 이 밤에 은행을 갈 수도 없고요. 전 내일 입금가능하니깐요. 다른 분한테 양보할게요"


"아뇨. 어머니. 그럼 내일 입금해 주세요. 학생자리는 제가 특별히 빼놓겠습니다."


"아뇨. 코치님 그러시면 안 되죠. 입금자 순이라면서요. 먼저 입금하실 수 있는 분에게 기회를 주세요"


"아닙니다. 제가 학생 거는 꼭 남겨두겠습니다. 내일 입금부탁드립니다"


그리곤 전화를 끊었다.

기분이 찜찜해서 우리 아들은 기존대로 할 테니 이벤트기회는 다른 분께 드리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문자확인도 안 하시고 답장도 없다.

그래서 얼른 녹색창에 검색해 봤다.

과히 충격적이었다.


선결제 할인 피해 언론 기사

오늘 안 그래도 아들이 경량패딩을 학원에 놓고 와서 담당코치님과 통화를 했다. 전혀 모르시는 눈치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전화한 사람은 관장 같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혀 소통이 안 되는 눈치이다. 그러니 직원인 코치는 모르고 있는 것일 테다. 어쩌면 어느 날 학원 문이 닫혀 있을지도 모를겠다. 역시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말라는 말이 맞다.


이 일로 나는 '학원, 미용실 선결재'를 안 하기로 했다. 미용실 이용권을 구매했더니 선결재 금액을 차감하려고 전체머리 자를 때도 앞머리 값, 디자인값, 전체커트값을 따로 결재하는 걸 보고 알았다. 선결제는 독이 되는구나.


이젠 아이 학원도 1개월씩 결제해야겠다. 제값 주고 다니는 게 속 편하고 좋다.


살기가 어려우니 자꾸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 마치 감염된 벌이 무리에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거와 다.


우리 세상에는 언제쯤 모두의 평온이 

찾아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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