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Apr 09.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4.8/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요즘 자꾸 한숨이 나와 가만히 멈 때가 많다.

'고민 뭐지?' 무언가 풀리지 않는 답답함들이 있는데 그걸 모르겠을 때 한숨 쉬어지는 거 같았다. 그러다 오늘 내 마음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아들이 갑자기 그런다.


"엄마 나 어쩌면 종교인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

"신부님이나 스님"


"그래, 엄마도 결혼 안 했으면 수녀님이나 비구니 스님 될까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있었어"

"너 하고 싶은 거해. 뭐든지"


아이에게 말하고 생각해 보니 나는 내 내면을 파고드는 성향이 짙은 사람이었다. 이것이 우울증에는 별로 좋은 성향이 되지 못할 텐데.


오늘 정신과 상담 중에 선생님이 '착하다'라는 단어의 뜻이 뭐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착하다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쁜 짓을 안 하면 아니냐고 했더니 선생님은 아니라고 하셨다.'


상황과 자신의 위치에 따라서 착하다는 의미는 달라져야 한다고 하셨다.


"환자분은 어떤 해석도 너무 지극히 정서적인 것에 기울어져 있어요"

"싸우지만 금전적인 모든 지원을 해주는 부모도 착한 게 아니고요"

"온화하고 자상하지만 자식을 굶기는 부모도 착한 게 아닙니다"

"자상한 아빠인데 천식 있는 자식 옆에서 담배 피우는 아빠도 착한 게 아니고요"


머리를 한 대 띵 맞는 기분이 들었다. 그간의 나의 기준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끼며 병원을 나왔다. 


'보통 자식을 굶겨도 때리지 않고 도박하거나 술 먹지 않으면 착한 부모라고 하지 않나?가난해서 굶긴 것도 착한 부모는 아니구나!'


혼란스럽지만 아들과 나는 감기로 아팠기에 이비인후과에서 만나자고 전화를 하고 둘 다 진료를 받았다. 진료를 받고 나오다 생각났다.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두 병원 모두 의사 선생님이 계시네. 이 혼란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시기 힘드실 텐데, 나는 복도 많지.'

아냐 이것도 지극히 편협적인 정서적 생각 아닌가?


요즘 나는 나를 보못한다. 거울 앞에 서 있는데도 거울에 얼룩이 가득해 나를 볼 수 없는 상태 같다.


뭐가 맞고 틀린 지도 모르겠고, 한숨만 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 된다.


"에휴 속상해"


나는 이게 우울증이 살며시 고개를 드는 순간 같이 느껴졌다. 이럴 땐 컨디션만 된다면 주를 돌려야 하는데 오늘 아이가 큰 웃음을 주었다. 마침 아들은 물어볼 게 있는데 특허에 관해 알려 달라고 서 잠시 활기를 찾았다


나는 신이 나서 지적재산권과 특허받는 법, 특허의 종류와 차이, 실용신안, 도메인 종류, 특허업무를 대행하는 변리사에 관해 주절주절 얘기했다.


"근데 갑자기 특허는 왜 물어봐?"


"응. 내일 시험이야. 수행 평가"


"어머. 그럼 이렇게 방대하게 들으면 안 되지. 책을 보던가 전문적 해석을 찾아서 야지"


"응, 다 찾아봤고, 사례도 어. 특허청도 들어가 봤"

"언어가 낯설어서 그런 이해가 잘 안 가서 엄마식으로 들으면 좋을 거 같아서"


"그래. 그래서 이해는 됐어? 책하고 엄마식의 간극이 있었어?"


"응. 완전히 이해됐어"

"논술로 보는 거라 이해가 제일 중요하니깐"

"간극은 엄마는 기술특허 같은 거를 합집합처럼 쉽게 설명해 주는 거, 실용신안을 김치와 김치전으로 현실적으로 얘기해 주는 거 ,  주변에서의 상표등록권과 특허도둑 직업인 사람들, 사례들, 특허권의 소멸 등등.. "

"이런 표현 재밌어"


"다행이네. 도움이 됐다니"

"갑자기 생각났는데 엄마 웃긴 얘기 해줄까?"


"응. 뭔데?"


"예전에 너네 고모가 엄마한테 그러는 거야"

"올케는 왜 이렇게 하고 다녀. 내가 올케정도 몸매만 돼도 이러고 안 살겠다. 좀 꾸미고 살아"


그래서 엄마가 속으로 뭐라고 했게?


"뻔하지. 이게 꾸민 건데요"


"오또케 알았지"


"뻔하지, 엄마 속"


근데 또 큰 이모가 엄마한테 그러는 거야.


"너는 화장 좀 하고 다녀. 나이 들수록 여자도 이쁘게 하고 다녀야 해"


그래서 이모한테는 엄마가 말했지.


"이게 한 건데.."


"엄마는 백치미가 있어서 너무 꾸미거나 화려하면 안 어울려. 자연스러운 게 더 잘 어울려"


"백치미는 욕이잖아?"


"응, 겉은 안 그래 보이는데, 살짝 어딘가"


"어딘가가 어디여?"


"그 어딘지 모르게 맹한~"


"아오.. 특허 토해내"


"아니. 그게 매력이야. 난 엄마 같은 여자 스타일 좋아해. 밝고 맹한"


"그래?"


근데 어딘가 쫌, 기분이 쫌..  

그르지. .

내가 맹하구나.

아들이 보는 게 정확하겠지.


"어딘가 쫌 백치에 맹한 나?"


아.. 크크 아들덕에 웃고 산다.

나쁜 시키~




매거진의 이전글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4.7/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