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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08.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4.7/일)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오늘은 세상에 온 불안이 나에게 쏟아지는 날이었다.  왜 그랬을까? 병원에서는 좋아지고 있다고 했지만 가끔 이렇게 컨디션이 뒤집어지는 날이 있다. 한 방향으로 상승곡선이면  불안장애가 아닐 게다.


정말 오랜만에 과호흡이 찾아 하루종일 숨을 쉬기 힘든 하루였다. 금요일이 병원 가는 날이었는데 안 갔더니 또 고생고생을 했다. 내일은 꼭 가야겠다.


디어 '드라마 나의 아저씨'도 다 봤다. 이젠 속이 다 후련하다. 얼른 드라마에서 내가 빠져나와야지 힘들어서 죽는지 알았다. 새드엔딩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눈이 팅팅 붓도록 울며 본 보람이 있다.


쓰는 이의 입장에서 보면 내용이 참 깊고 좋았다. 작가 한 명의 생각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고 적나라했다. 어떤 배역은 칼로 베는 듯이 아프고 화가 났고, 어떤 배역은 내 주변에도 그런 어른이 있어 나도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더 슬프고 애달팠던 드라마였다. 이 무서운 실사판이 필름에 들어가 인생의 한 단락만 잘라 나오는데도 이 정도이면 작가님의 노력과 필력은 말 안 해도 입 아프겠다.


나는 겁이 많고 대범한 편인데 아마 겁이 많은 아이가 타고난 성향이고, 대범한 아이가 만들어진 사회성인 거 같다. 살아야 하기에 길러진 아이가 필요한 순간에만 툭하고 튀어나온다. 회사에선  내가 대범하고 냉정한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자리가 만든 이미지일 뿐이었다.


평상시엔 겁 많은 아이가 나를 지배해서 나는 위험한 행동은 거의 안 하고 살아간다. 밤에도 안 돌아다닐 만큼 말이다.  물론 텔레비전도 스트레스받는 건 안 보는 편이다.


아무거나 보기엔 시간도 아깝고, 인간사가 너무 아프고 잔인하다. 자연스럽게 생각해야 하는 채널은 회피하고, 그런 프로를 보고 나면 깊은 우물에 빠져서 혼자만 못 나오는 기분이 든다.


은 어둠만 존재하는 혼란 속에서 나는 아무런 힘도 없이 들여다만 보는 방관자가 된 죄책감에 억눌린다.


특별히 안보는 채널들이 있는데 '결혼지옥이나, 싸우는 거나, 한문철의 블랙박스' 이런 채널들은 알아서 사샤샥 넘겨버린다.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다큐' 이런 프로는 참 보기도 편하고 오히려 생각하기 싫을 때 틀어 놓으면 시간도 훌쩍 지나버려서 좋다. 암튼 오늘 숙제 하나는 끝냈다.


근데 난 오늘 뭘 남겼지?


어제까진 산책도 매일하고 운동도 매일 했는데.

오늘은 한일이 없다. 다만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갈 때 글을 하나 써두었다. 선생님 말씀에 생각날 때 최대한 길고 방대하게 기록해 두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곤 종일 아팠다. 쪼금은 슬픈 하루였네.


내일은 더 좋은 하루임이 틀림없다.


왜냐면,

바로 수업이 있는 날이니께~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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