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Apr 06.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4.5/금)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오늘은 만담 연재일이다. 보통은 몇 개씩 써놓는데 지금은 재고가 완전히 떨어졌다. 이번주는 마음이 꽃밭에 가 있느라 싱숭생숭한 한 주였다.


늘 하는 질문이지만 정답이 없는 그 문이 다시 떠올랐다. 이 질문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삶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지옥에 떨어 희미한 동아줄 한 가닥이 내려올지도 아님 평생 안 올지도 모르는 시간을 견뎌야 하는 형벌을 감당해야 하는 걸까?


어떤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꽃밭에 태어나 부족함 없 사랑을 받고 세상을 배울 기회가 주어지는 걸까?


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지옥 밭에 떨어져 한 호흡 한 호흡 끊어버리고 싶을 생명이었던 이들에게 누가 '어둡다' 말할 수 있는 걸까.


나는 그 어느 쪽에 속해 있을까?


이미 여기 존재하지 않는 분을 바라보는 마음이 계속 아팠다. 저 드라마를 찍지 않았더라면... 저런 시나리오의 인생으로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괜한 원망이 들었다. 저 필름에 영원히 머물게 돼서 여길 떠나신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만든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사람이 떠나도 세상이 변하는 건 없다.  늘 똑같이 계절이 바뀌고 꽃은 피고 진다. 비가 내리고 눈이 온다.


그 사람이 온전히 떠나려면 그 사람을 기억하는 이들 이마에 주름이 지고, 머리가 하얘지고, 하나둘씩 같은 시간으로 모여질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러니 그 배우님과 우리 빈이의 봄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그들을 기억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아직은 가득할 테니 말이다.


난 연재나 수업이 설레고 좋았다. 서로의 시간을 약속하고 기다리는 일이니깐 말이다. 오늘처럼 기름 없는 자동차가 되니깐 알겠다.


기안 84님의 쩔리는 마감의 기분을 말이다.


지금 나의 영혼이 '나의 아저씨'세상에 들어가 있어 통 소재가 떠오르질 않는다.


이럴 땐 선생님이 주신 묘약을 하나 꺼내 먹어야 한다.


글쓰기 특허: 질문하기


약도 잘 먹어야 하는데 처음이라 잘 고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이럴 땐 영감님이라도 오시면 좋겠는데,

영감님은 맨날 할머님이랑 놀러 다니시느라 바쁘신가 보다. 황혼에 행복하시니 다행이다.


파란 약이 좋을까?

빨간약이 좋을까?


아놔, 어떻게..


벌써 7시인뎅~




매거진의 이전글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4.1/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