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4.1/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아휴 휴~
분명히 몇 시간 전까지는 어제의 행복이 용암처럼 넘쳐흘렀었다. 영감님도 막 찾아오시고 진짜 설거지를 하다가도 글을 두 편이나 쓰고 행복에 분칠을 하고 발걸음마다 콧노래를 흘리고 다녔다.
어제는 3월의 글쓰기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수고했다며 그이가 일찌감치 마중을 나와 있어서 기분이 많이 좋았다. 나이가 들수록 그이는 멋있어지고 젊어지는데 나는 붓고 살찌는 게 쫌 억울하다. 같이 늙어야지. 풍파가 나에게만 오는 거 같은 건 기분 탓일까?
그러고 보니 "니키리는 풍파는 본인이 맞을 테니 유태오는 소년미를 유지하라고 했는데" 나와 너무 비교가 된다.
그럼 풍파는 내가 맞을 테니 당신은 계속 잘생기라고는 못하겠다. 지금도 너무 잘생겼는데 내가 풍파까지 맞으면 아니 아니 된다.
현재도 나만 확 늙는 거 같아 위압감이 들기도 하는데, 혼자만 늙을 순 없다.
"사이좋게 손잡고 풍파를 맞자 자기야"
운동을 하고 식이 조절을 해도, 한 일 이주 아프고 나면 다시 돌아가고 돌아가기를 반복하니깐 자꾸 무기력 해진다. 무서운 불안이의 자식들이다.
매일 초식동물처럼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데 이러다 소가 될 지경이다.
낮에 당신이 벚꽃사진을 보내줘서 행복이 만땅 충전됐다.
가끔 당신이 이렇게 사진을 찍어 보여줄 때마다..
사실은 꽃을 보지 않고 꽃을 보여주려고 찍는 당신을 보게 된다. 그래서 꽃보다 당신이 더 멋있어 보인다.
아직 충전한 행복이 다 날아가진 않았다. 다만 창문이 열린 곳이 있어 온도가 잠시 내려갔나 보다.
얼른 애기 버터새우구이 한 접시 만들어주고 자전거를 타야겠다. 아직 못 본 '나의 아저씨 드라마'나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