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 엄마 기일이라 꿈에 나오셨어?
난 또 아빠가 살아나신 모습으로 나오셔서 다시 편찮고, 임종을 다시 앞두고 계셔서 얼마나 걱정 했게.
밭 가지 마라는데 굳이 가신다고 하고.
꿈에서도 정말 속상했어 딸내미.
오늘이 엄마 기일이라며?
막내가 저녁에 전화 줘서 알았지.
내가 참 불효막심한 딸이야. 에혀..
죄송해요. 엄마 아빠.
아빠 나 저번주에 수술하는 날 계단에서 굴렀잖아? 그때 기억하나도 안 나고 정신 차려보니 일층이었던 거.
그거 엄마 아빠가 안아주신 거 맞지?
그렇지 않고는 왜 굴렀는지, 구르는 동안 기억도 하나 없고, 붕 뜨듯이 떨어진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말이야.
타박상이야 좀 있었지만 뼈하나도 부러지지 않아서 수술도 일정대로 잘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신기해.
엄마아빠의 힘 같아~
그렇게 계속 두 분이 내 곁을 지켜주고 계시니 든든하네 딸냄이.
내일은 작은 수술이 세 군데이긴 한데..
금방 잘 끝날 거야.
엄마~
나 안면마비가 좋아지다가 수술 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다시 좀 안 좋아졌어.
얼굴 좀 보듬어주셔.
딸내미 아프지 말라공.
아직도 계속 약 먹고 있어서 문페이스가 왔다 갔다 해. 부으면 통증이 너무 심해서 사는 게 무서워져.
아빠 엄마가 계시니 걱정 안 해야는데..
막상 아프면 자꾸 서러워 눈물이 나!
우린 기독교라 제사를 안 하잖아.
엄마아빠 진지라도 차려드리고 기도라도 하면 좋을 텐데. 죄송해요.
너무 늦게 알아서 치킨하나 시켜 놓고 기도드린 게 마음에 많이 걸린다. 그래도 엄마 막내가 맛있대서 시킨 60계 호랑이치킨이여. 함 드셔봐. 누렁봉투에 닭집에서 튀겨주던 시절 하고는 천지차이니깐. 콜라도 드셔가며 찬찬히 드시고 가세요.
딸내미 요리 잘하는데 솜씨를 못 보여드려 아쉽네.
내년에 뜨신 밥 해서 엄마아빠 좋아하는 거로 차려 드릴게.
엄마..
엄마는 나보다 젊은 나이에 가시느라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어? 난 엄마보다 일 년 더 살고 있는데도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엄마는 5살 막내까지 딸 넷을 두고 어떻게 가셨어..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웠는지 난 도저히 상상이 안돼..
휴~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아빠랑 두 분 다 아프지 마시고 평온만 하셔요. 예전에는 하나님이 엄마를 너무 일찍 모셔가서 미웠는데.. 지금은 다 계획이 있으셔서 엄마를 일찍 데리고 가셨을 거라 생각해.
그곳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이 평온하고 화평한 천국일 거라 믿으며.
내 자식 24시간 생각하는 만큼 엄마아빠 기억 못 해서 죄송해요.
그래도 내 마음의 안식처는 언제나 엄마아빠인 거 아시지?
해가 뜨면 나가 놀다가도 해가지면 집으로 다시 돌아오듯이..
나의 집은 짧지만 엄마아빠하고의 그 시간이었어.
언제나 그립고 그리운..
사랑합니다.
나의 부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