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햇살이 유난히 따갑다. 눈부시게 밝은 만큼 내 마음도 따가운 날이다.
지금 병원을 내원하니 입원치료를 권했다. 정신과에서 진단하는 최고의 위험레벨이라고 했다. 이러다 사고 난다고 급히 입원하길 요청하셨다.
헉..
내 심장이 턱 하고 멎어버린 느낌이었다. 내가 이렇게나 심각했단 말이구나. 어쩐지 힘들더라..
주치의에 소견에 내가 가타부타할 말은 없다.
어떡해야 하지?
현재까진 힘든 줄은 알았지만 죽을 정도인지는 몰랐는데. 아직 입원할 생각은 없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위급상황을 알리고 자살방지 약을 하나 추가해 주신다고 했다.
음~
어쩐지 꼼짝도 할 수 없이 무기력하고, 명치가 파이듯이 아프더라니.. 이게 위험한 거였구나!
이젠 내가 내 상태를 알았으니 된 거지. 약도 하나 더 주셨고 호전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약봉지를 가만히 쳐다보는데 하루에 먹는 약이 20알이 넘었다.
"내 생명이 여기까지면 버티지 말고 그냥 가면 되지 않을까?"
"왜 나는 이 많은 약을 먹으며 버티려 바둥거리는 거지?"
또다시 다른 의식이 흘러갔다.
"천운인가?"
"안 그래도 우울증 책을 쓰고 있지 않았나. 전에는 통증으로 오는 우울증을 경험했다면 지금은 정신과 마음으로 오는 통증을 겪고 있으니.."
"하늘이 내게 주시는 고통이 다 기회이자 시그널이었던 게 아닐까?"
누가 보면 미친 사람 같을 거 같다. 나의 의식은 끊임없이 의문이 의문을 낳고 버리고를 반복했다.
겉은 멀쩡한 단호박인데 찌려고 잘라보니 안에는 상해 가는 참외씨가 들어 있는 격이다.
난 진짜 겉으로 봐서 너무너무 멀쩡하다. 운동도 잘하고, 잘 웃고, 매일 스쿼트를 100개씩은 하고 있다.
이건 태양이 달을 가리고 있는 현상인가?
나의 속과 겉은 왜 일치하지 못할까. 사람들은 내 겉모습을 보면 내속을 모르겠다고 하던데. 그게 문제인가?
아휴~
숨 막히게 답답하다.
아무 욕구도 없다.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그저 내가 바라는 건 나의 이 시간이 조금은 빨리 흘러가길 바란다. 이 정도의 유속으론 내가 버티기 좀 버겁다. 제발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
나의 몸과 마음이 같이 쓰러지기 전에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부디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