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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년 기록

나만의 고치를 틀고 있어요~

오늘을 씁니다

by 이음

오늘도 오늘을 쓰네요. 앞으로 제가 얼마나 이곳에 오늘을 쓰러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알 수 없는 불안과 명치통증이 또 시작됩니다.


동굴에 들어가고 싶어 졌어요. 휴식과 치료가 필요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어제는 방 베란다 커튼부터 바꿨어요. 내가 좋아하는 하얀 속커튼과 민트색 거즈커튼을 내리고 암막커튼을 걸었어요. 어두우니 맘이 한결 편해요. 창문에도 걸려고 압축봉과 암막커튼을 주문했어요.


빛이 싫어요. 빛이 들어오지 않아야 마음이 안정될 거 같아요. 방문에도 걸려고 암막커튼을 시켰어요. 내방 어느 곳이든 나만의 동굴로 만들고 있어요.


어제는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았나 봐요. 참 아이러니하죠. 늘 살고 싶은 맘이 없었는데 죽음이 가까이 있다 하니 벌컥 놀라 말이에요.


어제는 체육관을 못 갔어요. 거기 갈 정신력이 안 됐기도 했고, 너무 열심히 하니 점점 강도가 세져서 '나 죽겠오'하고 하루 빠진 것도 있고요.


덕분에 스쿼트를 200개를 하고 저녁 운동을 많이 했어요. 뭐든 잊고 싶었던 거 같아요. 온전히 머릿속이 공명인 상태여야 불안과 심장이 작동되지 않아서요.


운동을 마치고 싱숭생숭해서 소리 안 나게 티비를 틀어놨어요. '지옥에서 온 판사'라는 드라마가 하더라고요. 근데 여기서 자살 장면이 나오는 거예요.


진심 갑자기 궁금했어요.


"사람들은 천장 어디에다 밧줄을 매는 거지?"


내가 보기엔 천장에는 약하게 달려 있는 LED등뿐인데.. 집안에 계단이 있는 집도 아니고..


흠~

왜 의식이 이리로 흐를까 생각해 보니 제가 지금 고치를 틀고 있는 일과 연관이 있는 거 같아요. 불안하니 고치를 틀고, 빛을 차단하는 거겠죠.


어제 처방받은 자살방지 약의 효과는 대단했어요. 두통도 좀 있고, 몽롱하고, 계속 잠이 와요.


오늘은 애기 생일인데도 아침에 겨우 미역국만 먹여 보냈어요. 고기반찬하나 없이..

변해도 너무 변한 엄마죠. 예전 같으면 그 좋아하는 갈비찜은 기본일 텐데 말이죠.


아이언맨에 나오는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길 때 세상이 가루로 변하잖아요.


제가 딱 그런 기분이에요.


나의 다리도,

나의 가족도,

나의 세상도.


다 가루로 부스러지는 냅사진 같..


매일 신기한 감정과 의식이 흐르고 있어요.

전 이곳의 창문을 얼마동안 열어둘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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