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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년 기록

지금은 낮이겠죠?

오늘을 씁니다

by 이음

이 글은 어느 우울증 환자의 독백입니다.

다소 어두울 수 있습니다.


밖은 낮이겠죠?

제방은 어둠으로 빛을 다 차단한 밤이 유지 중입니다. 쌕쌕 숨쉬기가 힘든 시간이 또 오고 있습니다. 이 증상은 숨으로 가슴을 뚫는 타공소리입니다. 오늘도 맨홀을 뚫는 시간이 돌아왔군요. 꼭 이맘때쯤부터 밤잠이 들기 전까지 지옥을 경험합니다.


어제도 운동을 못 갔어요. 정말 가기 싫더라고요. 집에서 하던 스쿼트, 폼롤러, 요가를 다 안 하고요. 그냥 누워서 이놈과 싸우기만 했습니다.


마음이 그래요.


"운동은 가서 뭐 해"

"힘들기만 하고, 집에서 할 것도 없어"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든데 누워나 있어"


어제는 정말 힘든 날이었어요. 자살매듭을 찾아보고 매달만한 곳이 있나 생각하고, 충동심이 매우 심하더라고요. 그러다 번득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과 행동을 멈추고, 불안장애 약을 처방전 이상으로 먹고서야 조금 누그러트렸습니다.


다시 들리지 않은 유튜브를 켜놓고 멍하게 있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우울증 이놈이 전보다 덩치가 커졌습니다.

마치 '영화 빅히어로'에 나오는 흰 풍선 빅히어로처럼요. 병원에서 심각하다고 하니 의기양양해진 거죠. 거기다 주인 멘털이 깨지니 이때다 싶은 모습입니다.


(우울증)

"이제야 알겠어?"

"니가 그렇게 자신 있다던 의지가 얼마나 허무인 것을?"


(나)

"웃기지 마. 난 널 이길 수 있어"

"하루에 몇 번씩 너에게 나를 뺏기지만 나는 날 놓지 않을 거야"


(우울증)

"거만하고 오만한 인간"

"니안엔 아무것도 없어. 오직 공허만 가득해"

"넌 이제 일어설 그 어떤 에너지도 없다고.."


저는 이렇게 상황극을 하며 한 몸에 두 정신인 것처럼 우울증과 다투고 있습니다. 이놈이 강적인 게 한 몸을 쓰다 보니 저를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제일 두려운 건 운동까지 못 가게 되는 건데, 이놈이 이걸 가장 강하게 건드리고 있습니다. 운동까지 멈추면 정말 버틸힘이 더는 없을 거 같거든요.


이놈은 제 멘털을 깨고, 가슴을 후벼 파고, 의지를 무너트리는 레벨 1호 우울증 녀석입니다.


저의 남은 오후는 또 벅차겠죠!

사실 살아있는 시간이 두렵습니다. 이 녀석이 몰라야 하는데 잘 알고 있을 테니깐요.


시간은 계속 가는데 나의 시간을 쫓아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의식들이 흐르고 번져 저를 괴롭힐까요?


나의 자아도 레벨 1호 우울증만큼 제발 힘이 세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저는 링 위에서 1.5라운드는 지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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