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어떤 작은 생명체 덕분에 억지로 시작한 하루이다. 눈을 뜨면 브런치 글 한두 개를 읽는다. 오늘 보게 된 사연은 숨죽여 묵도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나와 같은 지병으로 어린 딸을 보낸 부모님의 글을 읽는데.. 내 심장이 굳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해가 되면서도 감히 공감할 수 없는 그 고통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나 역시 우울증으로 매일 죽음과 베개를 나란히 하고 있다. 내 내면의 세계는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는 상태이며 준비 된 상태이다. 그래서 난 정말 오늘만 산다. 오늘 당신 목소리를 한번 들으면 기쁘고, 당신 소식 한번 더 듣고 갈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할 뿐이다. 그게 내 진심이다.
나는 성인이며 자식이기도 하고 부모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내 생명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이게 나의 이성이든 우울증의 증상이든 나는 지금 분간할 수 없다.
우울증은 교통사고 같은 투병이다. 극단적 자살이 아니다. 항암치료 끝에 죽음이 있듯, 우울증 끝에도 죽음이 존재한다. 우울증은 투병 끝에 죽는 병이지 선택적 자살이 아니다.
우울증도 암과 같다. 치료가 되는 이도 있고,
아님 완치되었다가 재발하는 이도 있고, 죽을 때까지 투병하는 이도 있다. 때론 치료 중에 바이탈이 끊어지는 일. 그것이 죽음이다.
우울증과 암은 다르지 않다.
암은 몸의 세포 변형으로 전이되듯, 우울증은 뇌의 신경세포가 망가져서 마음이 암에 걸리는 병이다.
나 역시 삶과 죽음의 얄팍한 한 겹차이를 혼돈하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겉은 밝게 깔깔 웃음며 지낸다. 살아야 하는 이유들이 내 손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먼저 그 손을 놓을까 순간순간 두렵다.
오늘 우울증으로 자식을 보낸 부모님의 사연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든다.
"살아 있는 건 진짜 소풍인가?"
"소풍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듯이 우린 순서만 모른 채 돌아가는 걸까?"
"같이 소풍을 온 사람들은 먼저 떠난 사람들을 실종자처럼 찾아 헤매는 거고?"
난 잘 모르겠다. 나 역시 지금 투병 중이라 내가 생각하는 게 이성적 사고인지, 우울증의 사고인지 말이다. 허나 우울증 환자들도 매번 각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지금 내 말이 먼저 가족을 보내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의 입장에서 답답하시고 원통한 심정을 조금은 놓아드리고 싶다.
우울증은 하루에도 여러 번의 마음의 혼란과 패닉을 경험한다. 예고도 없고 경도도 예측할 수 없다.
이는 암 4기 투병 중에 진통제도 듣지 않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서도 찰나의 순간순간 내일을 꿈꿔보고 싶다.
꽃도 보고 싶고, 하늘도 보고 싶고, 또 그것들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너무 고통스러워 언제라도 갈 준비가 되어 있으면서도 내일의 햇살과 당신의 미소가 시리게 그립다.
내 정신과 내 의지로 나를 높은 곳에서 포기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결과만 보고 병을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 환자의 마음이 그곳에서 바이탈이 멈춘 것뿐이다.
심폐소생술이 가능하지 않는 때가 왔을 뿐이다.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맘대로 할 수 없는데...
사람들은 우울증의 다양한 복합적 증상과 사례를 모르고 표현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인식을 멈춘다.
세상엔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다.
부디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의 심장이 멈춘 건 그들의 의지가 아니다.
뇌가 죽어도 인간은 죽고, 암이 퍼져도 인간은 죽고, 마음이 죽어도 인간은 죽는다.
그러니 슬픔은 비워질 때까지 다 쏟아내시고, 그의 소풍이 조금 짧게 끝났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그도 마지막까지 돌아가고 싶지 않았음을, 내일의 매 순간마다 꿈꾸고 싶었음은 부디 잊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