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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Oct 10. 2024

오늘도 덕분에 살아 있습니다

오늘을 씁니다

하루가 넘어갈 때마다 그저 신기합니다. 정말 죽을 거 같은 순간들이 번개처럼 찾아오거든요. 그 와중에도 또 넘기고 버티는 삶을 보면 그분 말씀이 맞나 싶기도 하고요.


누가 제 사주를 가지고 점사를 봤더니 여든 이상은 족히 산다고 하셨다네요, 사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단 삶에 질이 중요하지요.


얼마 전 정신과에서 위험레벨 1단계라고 입원을 요했을 때 일입니다. 그날은 패닉이 와서 운동을 못 갔습니다. 얼마나 맘고생을 했는지 제 몰골이 눈 검게 파인 영화 유령 신부의 모습 같았습니다.

유령 신부

보통 체육관에 들어서 나올 때까지 제 웃음소리 끊질 않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전혀 웃음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저 멍한 표정으로 운동을 하고 마쳤습니다. 그리곤 끝나자마자 관장님께 잠시 상담 요청했습니다.


"관장님 제 상태 아시지요?"


"네, 저번에 말씀해 주셔서"


"제가 지금 우울증으로 심발타라는 약을 먹고 있는데 부작용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네. 회원님"


"근데 그게 지금 좀 많이 심각하다네요. 어제 정신과 다녀왔는데 정신과에선 가장 위급하게 보는 수위래요"

"사고 나기 직전이라 급 입원을 요하는 때요"


"네.. . 힘드시겠어요."


"관장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요. 일단 정신과에서 이런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오늘 운동하는데 체력이 많이 떨어진 거 같았어요"


"입원은 하시기로 하셨어요?"


"아뇨. 자살방지 약도 추가해 주셨고, 스스로 좀 더 노력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래도 되는 건가요?"


"일단은 가까운 가족들에게 우선 알리고 최대한 혼자 있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 알렸습니다"


"아, 그럼 왜 입원을 안 하시는 건데요"


"저도 경험이 없어 확신하진 못하지만.."

"저와 같은 분들 커뮤니티에 가면 정신과 입원이 천국이래요.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해서 한번 입원 보면 조금만 힘들어도 의지로 버티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입원환자들은 중도 이상의 환자 자나요. 아무래도 약국 처방약 보 강한 약을 주겠죠. 그럼 마음이 금방 편안해질 테고요"

"그 안에서 비슷한 경험자들끼리 친분을 쌓으며 맘 편하게 살고 싶어 진다는 거예요"

"사회로 나오고 싶어지지 않는다는 글이 많았어요"


"근데 전 중독을 아주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게임, 훌라, 고스톱 같은 것도 다 배우고 나서 끊었어요. 집에서 가족들끼리 밖에 안 해요. 회사에서 워크숍 가서 훌라를 처음 배웠거든요. 근데 제가 이런 쪽에 빠지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지금은 집에서 쿼리나 퀘스트퍼즐 같은 거 말고는 안 해요."


"아무튼 두 가지 맘이 들더라고요. 내 맘이 이렇게 힘든데 굳이 운동까지 해야 하나.. 다 그만두고 휴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것마저 안 하면 점점 내면 속으로 빠져들어 못 헤어 나오지 않을까? 과연 운동을 쉬는 것이 휴식이 될까?"


"관장님 저 같은 환자 보신 적 있으세요?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흐흐 저도 회원님이 처음이긴 한데.."

"글쎄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확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제 생각은"

"도장에 나오셔서 스트레스가 풀리시고 즐거우시면 나오시고요. 오히려 하기 싫은걸 억지로 하느라 스트레스받고 계시면 쉬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근데 두 가지 유형이 있어요. 저희 무에타이 선수들 부상과 입원을 달고 살거든요. 이때 쉬게 되면 아예 운동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부상이 심도 재활까지 해서 다시 운동을 하는 선수들도 있는 거죠"

"근육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하냐면요. 예기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가 난다 해도 근육이 있다는 건 면역력이 있다는 거거든요. 그럼 더 회복되기도 질병과 싸울 힘도 있다는 거죠. 근육이 없다는 건 내 삶에 스페어타이어가 없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전 꼭 저희 체육관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뭔가 하나는 꾸준히 하시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그럼 주 5일이던 거 주 3일이라도 정신 붙잡고 와보겠습니다. 전 무에타이가 재밌거든요.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네.. 저희가 큰 도움은 못 되어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발 열심히 하지 마세요. 그냥 대충대충.. "

"동네 아줌마 공원에서 운동하듯이, 살살해주세요. 너무 빡세요. 관장님~"


"아, 네. 크크 들어가세요"


이랬더랬다.

다음 운동 때는 예상도 못했다. 스트레칭부터 바뀌었다.

그전 스트레칭은 목 돌리기, 손목 발목 풀기, 어깨 돌리기, 무릎 돌리기였다.


바뀐 스트레칭은 안 하던 줄넘 4분, 버피 91개, 아령 3가지 운동 91개,  15분 안에 364번의 운동을 준비 운동으로 했다.


그다음 원투, 쨉, 위빙, 로우킥을 연결로 공격과 방어 동작 배우고 샌드백을 쳤다. 여기서 문제는 다 같이 관장님과 샌드백을 관장님은 코치님을 불  위빙을 계속 코칭하라고 하셨다. 다른 7시부 사람들은 8시가 되어 가길래 내가 물었다.


"저는요?"


"네. 우린 조금  하다 가실게요"


코치님 말에 실망하며 다시 연습을 하고 있는데, 8시부를 가르치던 관장님이 오시더니 코치님께 이제 가 8시부 이어하라고 하셨다.


"어머나 이게 어떻게 돌아가?"

"왜 나만 계속 안 가는겨?"


"회원님은 저랑 조금만 더 하다 가실게요"


나도 모르게 관장님 가슴을 막 때렸다.


"관장님 나한테 왜 그래요. 왜 나만 못 가게 해요.."


관장님은 막 웃으시더니 조금만 조금만 더 하실게요.


사실은 이날 준비운동으로 버 할 때부터 내 다리는 이미 후들후들렸다. 근데 못 가게 하니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렇게 난 8시부 할 때 구석에서 개인코칭을 계속 받다 운동이 끝났다.


에 갈 힘이 없어서 일층에 주저앉았다. 온몸에 힘이 풀리고 실려가기 직전었다.


오자마자 잠들어서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내일 근육통으로 죽을까 봐 폼롤러로 근육을 한참 풀었지만 담날 몸살 크게 와버렸다. 그 시기가 샌드위치 데이끼어 있던 날이었다.

나는 에혀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3회를 빠졌다.

주 3회면 일주일을 빠진 샘이다.


어제 운동 너무 가기 싫은데 겨우겨우 참고 갔다.

관장님 나오시면서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냐고 물으셨다.


"몸살 나 죽을뻔했어요. 관장님"


"아, 하하 그러셨어요"


"제발 살살~"

"살살 굴려주세요. 저 진짜 아파요"


"아, 네.  몸 푸시죠"


웬걸  알겠다는 말씀은 반어법이었다.


나는 분명히 몸살이 났었다고 했고, 처음으로 3회나 안 나으니 살살 봐줄지 알았다.


또 처음부터 줄넘기시작했다.

코치님은 자꾸 내 옆에 웃는 얼굴로 말했다


"발을 더 높이 뛰셔야죠"

"손목은 양옆으로 직선이 되게 잡으시고요"

"자, 3분밖에 안 남았습니다. 끝까지 파이팅"


코치님이 저리로 가길래 얼른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고 쉬고 있었는데 어느새 뒤 왔다.


"포기지 말고, 조금만 더 힘내실게요."

"손과 발 박자를 맞춰서.."

"남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나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땀을 뻘뻘 흘리며 삶은 고구마 줄기 같은 다리로 흐물렁을 마쳤다.


아령시간이 왔다.

나는 그전처럼 1킬로 두 개를 들고 다.


"2킬로 두 개 하실게요"


"앵? 전에는 1킬로로 했는데요"


"아니에요, 이젠 2킬로도 하실 수 있어요"


헐..

2킬로 아령을 위로 올리며 뛰고 내려올 때 팔 내리고 100번, 아령으로 양팔 운동 100번씩. 총 아령운동 300번

갑자기 스쿼트 30개씩 중간중간 끼워넣기.

하하하하..

웃음밖에 오는 코스가 다 준비운동이었다.


그다음 시간도 관장님이 수업하시다 나는 다시 코치님께 개인레슨으로 돌리셨다.


8시가 되어 집에 가나 했더니 8시부 수업은 코치님이 하고 7시부는 다시 스트레칭한다고 동그랗게 누우라고 했다. 누워서 하는 건 다 잘하니깐 별걱정 없이 집에 갈 생각에 열심히 했다. 크런치도 90개 하고 이름도 모르는 것도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있었다. 갑자기 코치님이 뛰어오더니..


"머리 들고, 머리가 땅에 닿지 않는 상태에서 다리를 높이 차실게요. 무릎 굽히지 말고, 구령 맞혀서요"


헐 그리고 다시 8시부로 뛰어가서 수업을 하셨다.


"아 왜 다 머리 땅에 대고 하는구먼, 나한테만 와서 그래"


 비 오듯 흘리며 미칠 노릇이었다.

이게 기훈련인가, 마무리 스트레칭인가 하다 결국 끝이 나긴 했다.


아무 정신없이 내 다리인 넘다리 모르게 어떻게 집에 왔다. 집에 와서 한숨 돌리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관장님도 코치님도 너무 변했다.


분명히 웃고 있는데 수업의 난이도는 많이 강해졌다. 유독 나를 강하게 코칭하는 게 뭔가 이상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울증과 운동의 상관관계 찾아봤다.


당연히 운동은 안 하는 거보하는 게 좋지만, 우울증에서는 조금 많이 달랐다.


뛰는 운동과 근력운동은 정신과 약을 대체할 만큼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운동을 할 때 흘리는 땀과 호르몬이 우울증 호르몬을 안정시키고 약을 줄이고 치료할 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의 찡났던 마음이 어느새 감동으로 변했다.

이런 이유에서였구나~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마을이 필요하는데,

 하나 살리려고 내 주변에서 이렇게나 많이 맘을 써주고 구나~


최근 내 글이 많아진 이유도 체육관 덕이 크다. 근육통지만 약도 더러  먹을 만큼 제 정신일 때가 많아지고 있다. 글도 조금 써지고 말간 정신이 늘어나 기분이다.


운동의 강도를 생각하면 (어우....)

정말 치가 떨린다. 나에겐 다리가 녹아버릴 강도이다.

근데 게 이렇게 효과가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내일 또 도장에서 죽기 직전에 나오겠지만 마음만은 감사함으로 할 거 같다.


누군가 내가 살기를 바라는 거, 나를 살리려고 애쓰시는 게 정말 감사하다.


내일은 관장님 코치님 간식이라도 사가지고 웃으며 가야겠다.


기면서 나오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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