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팠다.
몸과 마음이 병든 나날 속에서, 당신의 눈빛은 날 숨 쉬게 했다.
당신 눈은 자애롭고 자유로운 새처럼, 나를 사로잡았다. 당신을 바라보면 당신의 사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그 속에서 당신이 스스로를 구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유롭기 위해, 달릴 줄 모르는 척 애쓰며 버티는 모습이 그랬고, 사랑하고 살기 위해 용서와 상처를 감내하는 모습이 그랬다.
당신은 알기에 침묵하는 사람이었고, 모르기에 더 침묵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떤 날은 비를 맞으며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 내 습자지 같은 마음을 해지게 했다. 흩어진 마음을 주워 담으며 당신이 들린 우편함을 열었다.
당신의 엽서는 나의 숨통을 트이고 생명을 연장시켜 주었다. 그 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내가 떠나고 돌아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의 곁에 늘 머무르고 있었던, 그리움의 그림자일 뿐이니까요…"
당신의 눈 속에 비가 내리고, 그 비는 내 아픔을 씻어내리라. 당신은 나의 존재를 감싸며, 나를 지켜주는 비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당신은 언제나 내 곁에, 그리움의 비가 되어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