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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Nov 07. 2024

섬뜩한 공황장애 30분

오늘을 씁니다

공황장애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세요?

저는 지금 만성 우울증과 범불안장애를 치료받고 있는데요. 그 범불안장애의 큰 포괄 안에는 공황도 과호흡도 부분집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먹는 약을 살펴보니 공황장애약이 하나 들어 있긴 한데요. 대부분 신경조절약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요 며칠 신경을 쓸 일이 생겨서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과호흡의 빈도가 좀 잦아졌습니다. 어찌 보면 부정맥이라 여기는 통증이 때론 부정맥이 아니고, 가볍게 지나가는 공황장애일 때도 있거든요. 과호흡도 마찬가지고요.


우리의 인식은 대중매체를 통해 교육될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 역시 공황장애의 이해도가 높지 않았던 상태였어요. 티브이에서 보면 특정 상황에서 공황이 발작하니깐 약간 폐쇄공포처럼 사람이 많은 곳이나 이런 걸 생각하기 쉬운데요. 꼭 그런 만은 아니더라고요.


오늘은 유난히 컨디션이 힘든 날이었어요. 관장님께 운동하루 쉬겠다고 말씀드리고 5시 30분쯤 아들 학교 담임선생님하고 상담 전화를 했습니다. 아들이 지금 불안장애로 힘든 상태라 이번주는 쉬기로 말씀드리며 학교 폭력의 큰 테두리만 말씀드렸지요. 지금 저희가 이 사건을 알고 있고 아들에게 집중하고 있다고요.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니 일이 더 커지지 않으면 조용히 3학년을 올라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반에도 공표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아직 특정아이에 이름은 거론하지 않고 피해 학생들의 부모님과도 연락을 취하진 않은 상태지만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이 힘들어 병원진료를 시작했으니 월요일 등원 시 배려해 주고 건들지 말아 달라고요. 다소 진지한 상담을 마치고 나니 스트레스가 증폭되었던 거 같아요.


 통화를 끝내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어지럽더라고요. 거실에서 한번 쓰러지고 아들이 부축해서 다시 방으로 누웠습니다. 순간 세상이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의식이 희미해지며 온몸에 힘이 빠졌어요. 눈은 떠지지 않고 심장은 멎은 듯 움직임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지 과호흡이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놀라서 자기가 아는 다 해보는 거 같았어요.


뺨을 때리며 정신 차리라고 흔들고 주물러 더라고요. 저주파 치료기를 복부에 붙여 주더니 아빠한테 얼른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정신을 잃어가니 빨리 오라고요. 남편도 일을 하다 말고 십 분 만에 차를 끌고 왔습니다. 그 십 분 동안 아들은 비염연고를 발라주고 비염약을 가져오고 눈꺼풀을 계속 잡아 올리며 동공을 확인했어요. 눈을 보며 119를 불러야 하나 생각했던 거 같아요. 숨을 쉬라고 코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옆으로 눕히고 고개를 젖혀주었어요. 이때다 싶었는지 엄마 뺨을 막 원 없이 때리더라고요. 아마 몸놀이 할 때 진 한을 다 푸는 듯했습니다.


"너 이시키 엄마가 다 기억해 둔다"


"살았네. 살았어. 역시 싸다구가 최고야"


".... 어..     ...고.. 바아"


이때 남편이 왔습니다. 저를 일으키고 긴급 시 먹는 약을 먹이고 주물러 주며 병원을 가자더라고요. 아들에게 그동안에 증상 얘기를 듣더니 공황장애 증상을 찾아봤어요.


"20분~30분 정도 지속되고 보통 5일에 한 번씩 찾아온다네"

"어때 병원 안 가도 되겠어?"


"응.."


들어보니 공황장애가 맞는 듯싶었습니다. 그때가 딱 30분 정도 된 거 같아요. 슬슬 정신이 돌아오더니 호흡도 나아지면서 눈도 떠지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만약 길에서 이런 상황이 왔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최근 걱정거리가 많아지긴 했지만 또 공황장애의 새로운 증상을 경험하고 나니..


연예인들이 왜 공황장애로 활동을 중단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세상에 질병의 종류도 질병의 증상도 정말 다양한 거 같습니다.


마치 하늘길에 비행기만 다니는 게 아니라, 관재탑없이 '냄비, 칼. 바이러스, 자동차, 악어, 사람, 호미, 드론, 못'들이 함께 날아다니는 기분이 듭니다. 이젠 이불 밖은 두렵다는 생각마저 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내일 정신과 진료일이라 다행입니다.

새로운 증상에 대해 상담하고 약을 조절해 와야 할거 같습니다.


와~

세상이 무서운 건가요?

아님 원래 무서웠는데 저만 몰랐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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