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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Nov 04. 2024

학교폭력 어떡해야 할까요?

오늘을 씁니다

오늘 아침은 아들이 조금 달랐어요. 늘 즐거운 아이인데 가기 싫다는 소리도 하고, 체험학습 쓰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요.


우리도 그런 날 있었잖아요, 유난히 가기 싫은 날. 그래서 말했어요.


"다쳐서 많이 빠지지만 않았어도 체험학습 쓰고 쉬거나, 바람 쐬러 가겠는데"

"어쩌지 우리 아기 힘들어서"


"그러니깐, 아 오늘 정말 가기 싫다"


이렇게 아이를 보내고 문득 촉이 이상한 거예요. 하루종일 노래를 부르고 신나는 애인데 갑자기 이러는 게요. 아, 무슨 일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 지금 하교하자마자 물어봤지요.


"아들 보통 힘들다는 얘기 안 하잖아"

"혹시 지금 힘든 일이 있는데 참고 있는 게 있어?"


".,........... 침묵"


"음, 그게 뭐라고 얘기하기가.."


"엄마가 많이 걱정되는데 말해 줄 수 있을까?"

"엄마가 무조건 나선다는 게 아니고. 얘기를 들어보고 상황파악은 하고 있어야 적절할 때 개입을 하던가 하지"


"사실은 우리 무리가 있잖아. 내가 친구들을 이끌고 있고"


"응. 그렇지"


"그중에 지현이가 자꾸 나서지 않아야 할 때 나선다거나, 안 해도 되는 말을 하는 거야. 애들한테 이목 끌고 미움받게"


"응, 이를테면?"


"일진무리 노는데 가서 깝쭉거린다거나, 아님 미친놈 무리한테 수학 시험지 보고 도형 이것도 못 푸냐고.. 무시를 한다든가"


"휴~"

"지현이가 왜 그럴까?"


"모르겠어. 초등 때도 그래서 내가 많이 얘기해서 좀 나아졌는데 요즘 다시 그러기 시작했어. 문제는 그러니깐 지현이랑 논다는 이유로 우리 애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


"그래? 너도 포함이야?"


"나는 아직 못 건들지. 계속 회장이었고 샘들하고 친하니깐.  근데 내 친구들이 괴롭힘을 받으니깐 내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예를 들면 누가 어떻게 괴롭힘을 당하는데?"


"현중이가 비듬이 있거든, 그러니깐 막 비듬 있다고 놀리고, 비듬 떨어진다고 더럽다 하고 여럿이서 인신공격을 하는 거지. 사실이건 인격모독이 자나? 사람 외모 갖고 이러니깐"


"그럼 현중이는 어떻게 대처해?"


"그냥 무시해. 안 들리는 척, 못 본 척 지나가"


"그래. 현중이도 속으로는 상처받았을 텐데.."


"글치.. 내가 끼어들기가 애매해!"

"막 때리고 욕하고 그러면 모르겠는데 아주 얄팍하게 내 친구들을 무시하니깐 난 스트레스만 받지"


"그럼 지현이는 어떤 괴롭힘을 받아?"


"지현이는 급식 때 앞에 줄 서면 일진애들이 뒤로 꺼지라고 해서 다시 꼴찌로 밥 받고. 발표할 때 발표하면 책상 두들기면서 야유 보내고."


"그래? 그럼 그때 선생님은 어떻게 하셔?"


"바로 중지시키시는데 매번 그러니깐 지현이가 계속 어두워져"


"또 다른 괴롭힘은?"


"그룹수업이 많거든. 책상을 여섯 모둠으로 해서 조별 과제나 조별숙제 조별평가 같은 거."


"응. 공개수업 때 봤어"


"그게 친한 애들끼리 하는 게 아니고 랜덤이야. 그때마다 왕따지. 안 끼워주는 거 같더라고"


"지현이는 부모님한테 말하는 성격이야?"


"아니, 개네 부모님은 성적밖에 관심이 없으셔"

"대화도 안 하고 학원 가는 거만 체크하고 폰만 뺏고 지현이가 부모님 하고 사이가 안 좋아"


"그래? 너한테는 애들이 한 번도 그런 적 없었어?"


"응.. 난 마음이 괴롭지"


"너한테 그런 일이 생기면 엄마한테 꼭 말해줘야 해"

"처음에는 참을만한 수위여도 폭력성은 점점 커지게 되어 있고. 당하는 쪽에서 가만히 있으면 가해자는 자가 우월하게 느껴지거든. 그래서 네가 해결할 수 없는 무리들의 일에는 반드시 초장에 개입이 필요해"


"글치. 나도 내가 당한 거면 엄마아빠한테 말하겠어. 엄마 한번 다녀가면 뒤집어 놀 테니깐"


"흐흐.. 엄마가 상황 보며 그러지. 막 무조건 뒤집고 그렇지는 않아. 이 시키야"

"우리 애들이 엄마 무에타이 다녀서 다 무서워해. 크크크"


"헐.. 그렇게 잘해줬는데"


"나 막 다리 걸어 엎어뜨리고, 체했다니깐 명치 치고, 나랑 싸워도 이기자나"


"아녀. 네가 힘을 안 줘서 글치 엄마 연약해. 진짜여!"


"암튼 엄마 나 그냥 일반고 가지 말고 자사고 갈까 생각 중이야"


"왜?"


"좀 조용했으면 좋겠어. 반에 반이상이 ADHD 같아. 수업시간이고 뭐고 화장실도 가고, 돌아다니고, 선생님 말씀하셔도 떠들고.. 미칠 거 같아"


"너 지금 성적이 좋다고 해서 자사고 가서도 좋으리란 법 없어. 자사고에서 밑이면 상처받지 않겠어? 지금껏 가졌던 자신감이 사라질 텐데?"


"아니. 공부는 못해도 돼. 하고 싶음 성적이야 올리면 되지. 난 그냥 수업하는 학교. 그냥 학교였으면 좋겠어. 우리 반은 무정부시대라니깐. 꼭 돼지우리 같아. 선생님 말을 안 들어"


"그래. 고등학교는 너 가고 싶은데로 다 써보고 되는대로 가면 되는데, 문제는 지현이야. 너 요즘 게임할 때 지현이도 들어와?"


"아니. 개는 폰도 컴퓨터도 뺏겨서 못해. 학원 만가"

"그럼 지현이는 스트레스 어떻게 풀어, 친구네도 못 가게 한다며?"


"모르지. 못 푸니깐 매일 시무룩한 거 아닐까?"


"미치겠네. 너 요즘 게임할 때 새로운 친구들 많이 들어왔더니만 개들은 같은 반 아니야? 개들 중에 너보다 힘이 세거나 운동부라든가, 너보다 공부를 월등히 잘해서 지현이 도와줄 친구 없어? "


"개들은 초등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이고 다 다른 반이야. 그리고 내 친구들 중에 그런 애는 없어"


"엄마가 지현이 부모님한테 말하면 지현이랑 니 사이가 금갈 수도 있고, 그렇다고 담임한테 전화해서 말하기도 그렇고.."

"네가 지현이랑 진지하게 얘기해 봐. 지금은 참을 만 하지만 폭력은 점점 심해지고 개들은 재미로 치부하 버린다고. '무리도 커지면 위험하고 개들이 무시하는 걸 보며 안 그러던 애들도 지현이는 당하는 애, 약한 애, 그래도 되는 애로 학습돼서 안되는 거야.' 그리고 지현이 수학만 잘한다며. 그 성적이면 개들하고 같은 고등학교 가면 이건 진짜 장기전이야. 학원이 중요한 게 아니야"


"현재는 네가 먼저 지현이랑 얘기하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아. 그리고 지현이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너는 학교에서 보는 거로 밖에 모르잖아"


"알겠어. 내가 내일 진지하게 얘기해 볼게"


"그래. 진행상황 중간중간 알려주고. 너한테 피해가 오면 바로 말해. 부모가 이럴 때 필요한 거야"


"알겠어"


아휴.

고구마 백개는 먹은 거 같은 심정이에요. 내가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지현이네 아버지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개입하기도 어렵고. 우리 아기 친구들이 지금 다 침울하다고 하니..


요즘 애들 왜 이럴까요?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자식이 없을 텐데, 왜 서로를 괴롭히는 건지 속상하기만 합니다. 먹고살기는 부모세대보다 좋아졌지만, 정말 먹고사는 것 이것만 하는 거 같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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