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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Dec 02. 2024

나와 같은 너에게

하늘 우체국

아들!

엄마가... 많이 미안해.


엄마의 불안장애가 너에게 전염된 거 같아서,

너의 힘든 시간이 너의 탓이 아닌데. 어떻게 도와줄 수 없어서,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또 미안하고 속상하다


가족에게 미안해하고 식은땀을 빼는 널 보면 엄마는 조금 알 거 같거든. 엄마도 아픈 티 안 내려고 엄청 애쓰잖아. 그걸 네가 배운 거 같아. 그래서 네가 속으로 곪아버린 거 같아. 미안해.


부모가 좋은 모습으로 교육이 돼야 하는데, 엄만 아픈 모습으로 널 아프게 한 거 같아. 네가 나에게 맨날 그러잖아. 아픈 건 죄가 아니라고. 너 역시 마찬가지야.

그러니깐 지금은 쉬어간다 생각해 주라.


너에게 언덕길이 조금 빨리 왔을 뿐이야. 그지?

그것 또한 엄마랑 같이 올라가 보자. 오르다 보면 또 내리막 길이 나올 거야. 그러면 그땐 좀 수월할 거고.


세상이 뭐든 궁금하고 알고 싶겠지만, 그중 무엇을 하더라도 다 잘하려고 할 필요 없어.

대충 살아도 돼. 대충 살아도, 열심히 살아도 묻히는 건 다 흙속이야.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일들이 지금은 최고로 힘들더라. 누구에게나 지금은 늘 처음이니깐 그런 거야. 그러니 난 네가 힘들면 말하고, 울고, 기대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아파도 꽤 괜찮은 사람이잖아? 흐흐

함께 아플 순 없어도 같은 길은 가줄 순 있어. 엄마 약속 잘 지키잖아. 


아무 염려 말고, 일단은 누구의 무엇도 되려 말고,

너의 삶을 입증하려도 말고, 잠시 멈춰도 돼.


조금 천천히 가도 늦지 않아.

삶엔 답도 없고 정확한 지도도 없어.


네가 있는 곳이 다 너의 공간이고, 너의 길이 될 거야.

그러니 너의 불 꺼진 방에 문을 조금만 빼꼼히 열어둘래?


너의 아픔과 두려움이 새어 나올 수 있게~


아무도 널 해치지 않아.

엄마가 그렇게 해줄게.

걱정 말고 우리 조금만 천천히 천천히 가자.

어디든..!


사랑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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