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성큼성큼 빠르게 들어온다. 추운 건 딱 싫은데 하다가 생각났다.
하~ 오늘 병원 가는 날이다.
시르다. 싫어. 약은 있어야 하고 매주 가서 증상을 설명하는 게 좋진 않다.
헤헤~ 스키장으로 새고만 싶다. 실컷 놀아본 게 언제인지. 캠핑 가본 지도 너무 오래됐고, 노는 것도 힘이 있어야 놀 수 있다. 조카가 스키장에서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가서 속 시원하게 내려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도 꿈만 꾼다.
아들 친한 친구가 아들과 내가 다니는 무에타이 체육관을 다니고 싶어 한다. 체험해 볼 수 있냐고 해서 관장님께 부탁드려 하루체험을 해봤다. 안 그래도 저번에 샌드백을 줬더니 더 하고 싶은가 보다. 근데 형편이 어려워 아빠가 못 보내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매번 우리 집에 오는 이쁜 아덜인데 마음이 참 그랬다. 그래서 남편과 상의 끝에 우리가 6개월을 내주고, 먼저 다녀보게 하면 어떨까 얘기를 했다. 문제는 이 친구 아버님 자존심이 무지 세다는 데 있다. 우리 집에서 치킨을 먹고 가면 우리 집으로 치킨을 보내셔야 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가 우리 집에서 아무것도 안 먹고 갔었다. 아빠한테 혼나기 때문이다. 내가 먹고 말을 하지 말라고 구슬려서 이젠 편하게 먹고 가서 말을 안 한다.
고민 끝에 체육관 관장님 후원으로 6개월 해주신다고 작전을 짜기로 했다. 나는 관장님과 입을 맞추자고 전화를 해야 한다. 이 사실은 우리 아이도 모르고 그 친구도 모르게 할 생각이다. 다만 바라건대 그 친구 아버님이 술을 그만 드시고 술 값으로라도 아이 학원 한 번이라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입양해서 키우고라도 싶지만 아빠 멀쩡히 있는 애를 데리고 올 수도 없고 참 속상한 일이다.
살면 살수록 어떤 게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다. 우리 집에선 후원하는 아이들 같이 생각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 집 아버님도 일을 다니시면 어려운 일이 아닐 거 같은데 할머니가 시골에 건물이 있으셔서 평생 일을 안 하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중매로 결혼시켜 주셔서 늦둥이로 이 친구를 낳고 엄마는 자기네 나라로 가셨다고 하니 평생 엄마를 못 보고 자란 이 친구가 나는 마음에 늘 걸린다. 그래도 밝고 싹싹하고 다정한 아들. 그러니 속상하셔서 술만 드시나 본데 그럼 이 어린 녀석은 어쩌란 말인지 한숨만 나온다.
세상에 아픔이 지천에 깔렸다. 나만 아픈 게 아니고 안 아픈 사람이 거의 없는 거 같다. 우리는 어디까지 같이 아파하고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걸까.
누가 나도 손 좀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정서적 공감의 손이 필요하다.
근데 그런 분들은 세상에 별로 없고 다 바쁘다.
내가 체력이 되면 가서 뵙고 싶은데 일어날 기운이 아직 없다.
난 어쩜 소수자 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을 때 가슴에 박히는 문장을 만나면 얘기하고 싶고 그럴 때 스트레스가 풀리다. 근데 그런 얘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글과 철학과 윤리, 사회 정의에 대해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작가님들이 유일한 거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 작가님들을 뵙기란 어려운 일이다. 친구들은 서식지와 삶의 방향이 달라 이런 대화가 불가능하다.
나도 서식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서래마을처럼 작가마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우리가 만나서 하는 이야기와 고민들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밤을 새워서 듣기만 해도 좋을 거 같다. 여행 또한 얼마나 좋을까? 사유하고 토론하는 여행. 그런 여행을 우리 누구 작가님이 만들어 주실지도 모르는데..
백팔배 기도라도 드려야겠다. 작가님의 모든 상황이 맞혀져서 이런 모임을 얼른 만들어 주십사 하 공~~~♡
작가님 듣고 계시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