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작가님.
저는 지금 우울과 통증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목소리를 듣고 이렇게 잠시 빠져나와 봅니다.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실지 저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위로의 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써 자녀분의 고통을 일부 헤아려 볼 뿐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작가님 생각에 제 마음도 미어집니다. 삶 전체를 잃었다 한들 비유가 되실까요. 소중한 자녀분은 또 얼마나 떨고 울었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저도 아프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세상에 질병이 이렇게 많고, 치료되는 병보다 치료하기 힘든 병이 많다는 사실을요.
작가님 그거 아시나요?
우리가 끼고 사는 감기도 치료제가 아니라 증상 완화제라는 사실을요. 세상은 본질을 고치는 기술보단 잠시 완화하는 기술을 먼저 개발하나 봅니다. 인류의 과학이 아직 본질을 찾기에는 부족하기 때문 아닐까요.
우리는 아직도 모릅니다.
"왜 태어나는지?"
" 왜 죽는지?"
"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 영혼의 무게가 진짜 21그램 인지?"
우리는 한 시간 후도 아직 모른 채로 살아갑니다.
작가님도 어머니로 매일 처음 되시는 거였잖아요. 힘드시겠지만 자책과 비교는 하지 말으셨으면 합니다.
작가님은 작가님 나름의 어머니로 그 시간을 함께 해주셨잖아요. 외면하거나 치료를 안 해주신 게 아니고요. 우리는 우리 나름의 모습으로 머무르다 가는 것 같습니다. 오직 나로만 살 수 있기에 더 소중한 삶이며, 다른 이의 모습으로 살 수 없기에 자책하며 후회하는 삶이기도 합니다.
작가님 저라면요.
제 가족이 고통스러워하면 발이 안 떨어질 거 같습니다. 자녀분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든 좋았던 시간을 먼저 떠올리고 싶지 않을까요?
전 올해 1월에 아빠가 돌아가셨는데요.
좋았던 시간들만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아빠랑 재래시장에서 데이트할 때 좋았는데.."
"아빠랑 백반집 가서 둘이 밥 먹고 길에서 셀카 찍고 호떡 사 먹고 행복했는데"
"아빠가 지인들께 서울에 있는 우리 딸이라고 자랑하실 때 웃는 모습 또 보고 싶다"
작가님..
그러실 수 있습니다.
부모 마음에 못해준 거만 생각나고..
미안한 마음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요. 작가님..
전 저희 아빠에게 자식이잖아요.
자식은 좋은 거만 떠오릅니다.
왜인 줄 아세요?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하는 거 같지만 아닙니다.
자식이 부모를 더 사랑합니다.
부모는 성인이라 판단하고 홀로 설 수 있지만요.
자식은 처음부터 부모가 아니고는 생존할 수 없었기에 부모를 진심으로 미워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가 잘못해도 자신의 탓으로 여기게 되지요. 결국 자식에겐 못해도 부모고 잘해도 부모거든요. 100번 못해도 1번의 사과로 용서하고 안기고 싶은 게 자식 맘입니다. 분명 작가님 자녀분도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마지막까지 부모님을 염려했을 겁니다.
"부디 잘 살아주시길..."
죄송하다고요..!
저도 살다 보니 힘든 시간이 있더라고요.
그럴 땐 그냥 "지금이 힘든 시간이다" 하고 실컷 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참지 마시고요. 동굴에도 들어가시고요. 울다 잠도 주무시고, 세상 탓도 하시고요.
어느 날 느끼시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평범했던 일상과 지금의 시간이 다르지 않음을요. 우리는 어떻게든 같은 곳에서 만나잖아요. 아픔도 슬픔도 흠뻑 흘리시고 훨훨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간직하는 건 결국 짐이 되더라고요. 우리는 오늘 밖에 살 수 없는데 어제와 내일을 안고 살 순 없으니깐요.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매듭은 조여 옵니다.
천천히 매듭이 풀리길 기다리시다 보면 애태운 마음이 매듭을 모두 태워 버렸을 때가 오더라고요.
작가님 제가 뭐라고 어떤 위로를 드릴 수 있을까요.
그러나 저도 같은 질병을 견디며, 같은 위험을 짊어지는 사람으로서 부탁드립니다.
제 글 속에 단 일초이라도 다시 떠오르는 위로가 있기를..
부디 오늘도 작가님은 기꺼이 버티고 계심을, 자녀분은 버텨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고 계심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삶은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깐요.
오늘 하늘이 맑고 푸르렀습니다. 작가님께 12월의 하늘이 따슨 봄날을 빨리 보내주기를 바라봅니다. 벚꽃 필 때쯤 sjy작가님과 차 한잔 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4.12.23
차 한잔 대접하고 싶은 이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