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진지 드셨어요? 지야 먹었쥬.
그냥 저녁 먹고 쉬고 있는데 아빠가 자주 쓰던 말이 문득 떠올르는 겨.
"지남철.."
맞지? 아빠 기억나?
아빠는 아빠의 언어가 있으셨어. 크크크
"다깡"
"지남철"
"바께쓰"
"빨갱이"
"고얀 놈"
"챔기름"
아빠!
난 아직도 번득번득 아빠가 떠오른다.
비가 오면 아빠 밭에 나가실까 먼저 걱정되고,
눈이 오면 아빠 오토바이 타시면 안 되는 데부터 생각나. 지금도 아빠가 집에 계실 거 같고, 없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어.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울컥 해서 느껴지는 데로 살고 있는 거 같아.
조금 있음 아빠 첫 번째 기일인데, 난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아빠를 보내드려야 하는데 내 마음이 그러고 싶지 않나 봐. 난 아직도 아빠 핸드폰 번호, 통화녹음, 아빠집키 다 그대로거든. 그냥 시간이 지나고 지나면 언젠가는 나도 느낄 때가 오겠지..
아빠..
아빠는 뉴스를 참 좋아하셨잖아.
우리가 드라마 본다면 '나라 돌아가는 걸 알아야지'하고 리모컨도 안 주셨잖아. 기억나시지?
지금 그 나라가 완전 안 돌아가요.
아빠도 한나라당 편이었잖아.
아빠 연세분들 탓도 있어.
으이구 진짜 몬살아 몬살아.
아빠 생전에도 정치 얘기하면 나랑 겁내 싸웠는데. 그치?
그 위에서 보셨으면 이제 한나라당 지지하면 안 돼.
계속 지지하시면 나랑 나중에 만나면 또 겁나 싸워야 혀. 그 사상과 신념이란 게 정말 바꾸기 힘들어.
아휴 아주 환장하겠어.. 증말!
휴..
아빠.
다른 건 다 관두고, 나 지금 식은땀 나고 관절 통증 좀 없어지게 도와주셔요.
좋은 병원이나 산삼 좀 던져주셔도 괜찮고. 로또도 괜찮고.
아빠가 맨날 그렀잖아.
내가 지남철처럼 딱 달라붙어서 젤 이쁘다고.
나 올해까지만 아프고 내년에는 진짜 할 게 있어요.
계속 아프면 안 돼. 진짜여 아빠~
아빠..
엄마랑 힘 좀 써주셔.
힘달리시면 혈연 찬스 좀 써주셔도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큰 이모, 둘째 이모까지.. 다 부르셔봐.
내가 살아계실 때 이쁜 짓 많이 했자녀.
아빠 나 무슨 생각인진 몰라도 6일만 있음 안 아프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정말로! ♡^^♡
아빠 진짜 내 소원 좀 들어주셔요!
진짜 힘들면 우리 집 앞에 붕어빵장사 아저씨라도 장사하게 해 주시든가. 크크. 이것도 좋다. ^♡^
암튼 아빠 하늘에서 뉴스 잘 보시고 나중에 보다 진취적인 대화로 우리 같은 편해요~
엄마 아빠 알라븅~~♡♡♡
24.12.26.
지남철 셋째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