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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Dec 26. 2024

아빠 잘 지내셔요?

하늘 우체국

아빠 진지 드셨어요? 지야 먹었쥬.

그냥 저녁 먹고 쉬고 있는데 아빠가 자주 쓰던 말이 문득 떠올르는 겨.


"지남철.."


맞지? 아빠 기억나?

아빠는 아빠의 언어가 있으셨어. 크크크


"다깡"

"지남철"

"바께쓰"

"빨갱이"

"고얀 놈"

"챔기"


아빠!

아직도 번득번득 아빠가 떠오른다.

비가 오면 아빠 밭에 나가실까 먼저 걱정되고,

눈이 오면 아빠 오토바이 타시면 안 되는 데부터  생각나.  지금도 아빠가 집에 계실 거 같고, 없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어.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울컥 해서 느껴지는 데로 살고 있는 거 같아.


조금 있음 아빠 첫 번째 기일인데, 난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아빠를 보내드려야 하는데 내 마음이 그러고 싶지 않나 봐. 난 아직도 아빠 핸드폰 번호, 통화녹음, 아빠집키 다 그대로거든. 그냥 시간이 지나고 지나면 언젠가는 나도 느낄 때가 오겠지..


아빠..

아빠는 뉴스를 참 좋아하셨잖아.

우리가 드라마 본다면 '나라 돌아가는 걸 알아야지'하고 리모컨도 안 주셨잖아. 기억나시지?


지금 그 나라가 완전 안 돌아가요.

아빠도 한나라당 편이었잖아.

아빠 연세분들 탓도 있어.

으이구 진짜 몬살아 몬살아.

아빠 생전에도 정치 얘기하면 나랑 겁내 싸웠는데. 그치?

그 위에서 보셨으면 이제 한나라당 지지하면  돼.

계속 지지하시면  나랑 나중에 만나면 또 겁나 싸워야 혀.  그 사상과 신념이란 게 정말 바꾸기 힘들어.

아휴 아주 환장하겠어.. 말!


..

아빠.

다른 관두고, 나 지금 식은땀 나고 관절 통증 좀 없어지게 도와주셔요.

좋은 병원이나 산삼 좀 던져주셔도 괜찮고. 로또도 괜찮고.


아빠가 맨날 그렀잖아.

내가 지남철처럼 달라붙어서 젤 이쁘다고.


올해까지만 아프고 내년에는 진짜 할 게 있어요.

계속 아프면 안 돼.  진짜여 아빠~


아빠..

엄마랑 힘 좀 써주셔.

힘달리시면 혈연 찬스 좀 써주셔도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큰 이모, 둘째 이모까지.. 부르셔봐.

내가 살아계실 때 이쁜 짓 많이 했자녀.


아빠 나 무슨 생각인진 몰라도 6일만 있음 안 아프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정말로! ♡^^♡

아빠 진짜 내 소원 좀 들어주셔요!

진짜 힘들면 우리 집 앞에 붕어빵장사 아저씨라도 장사하게 해 주시든가. 크크. 이것도 좋다. ^♡^


암튼 아빠 하늘에서 뉴스 잘 보시고 나중에 보다 진취적인 대화로 우리 같은 편해요~


엄마 아빠 알라븅~~♡♡♡ 


                                       24.12.26.

                                       지남철 셋째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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