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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년 기록

미리 보는 죽음

오늘을 씁니다

by 이음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의 죽음을 순서대로 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처음에는 숨을 쉬지 않을 것이고,

두 번째는 몸이 식으며 사후경직이 시작되겠다.

세 번째는 나를 싣고 장례식장 안치실로 가서 시체 아파트에 넣을 것이다.

네 번째는 분비물을 제거하고 시체를 닦고 외부와의 단절을 막기 위해 모든 배출구를 막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장례식을 하는 동안 나는 얼음 냉장고에서 계속 있어야 한다.

여섯 번째는 가족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화장터로 옮겨지고,

일곱 번째는 나는 불에 타고 부서져서 형체를 잃게 되겠다.

여기까지가 죽음이다.


그 이후로는 뿌려지던 심어지던 이미 내가 사라진 이후이니 상관없다.


죽음을 먼저 생각해 보니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온 곳으로 가는 것일 뿐 대단할 것도 슬플 것도 없겠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일일테니 말이다.

그냥 나의 순서가 되면 가게 되는 일, 나는 장례식은 건너뛰고 바로 화장을 했으면 좋겠다.


지인들께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나는 많은 시체들과 겁나 추운 냉장고에 있기 싫다.


장례식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지인들에게 슬픔을 주기도 싫다. 나는 나의 부고를 굳이 알리고 싶지 않다.


때가 되면 다 알려지는 법ᆢ.

그때 알면 슬픔도 줄어들 때 아닐까?


난 이렇게 가고 싶다.

있던 없던 티않나게, 시체 냉장고에서 춥고

무섭지 않게!


조용히 조용히~


미리 생각해 보니 마음이 편하다.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마음을 다스리는 법과 같다. 그 어떤 고민도 진정이 되고 글로 정리하면 그저 기안서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으로 두면 헬륨풍선처럼 떠오르기 때문에 뻥하고 연필로 터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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