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씁니다
나는 나라서 힘들다.
내 아들의 엄마로도 한 없이 부족하고, 남편의 아내로도, 며느리로도 많이 벅차다.
나는 우리 아빠의 딸로 자라며 생각했다.
"나름 이 정도 역경 속에서 자랐으면 사막에 내놔도 살만큼 강해졌을 거야."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나는 어떡하면 좋을까?
뭔가 큰 뭉터기가 명치를 꽉 막고 있다. 아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숨 쉬기도 버겁다. 두 다리는 묶여 있고, 팔은 올리면 떨어지고 올리면 떨어지고, 머리에는 시멘트가 가득 찼다.
숨을 안 쉴 수도 없고 쉴 수도 없다.
열정은커녕 최소한의 의욕도 밥 먹을 힘도 없다.
내 위는 먹으면 토하고 먹으면 토하고를 반복한다. 몸이 한 없는 거부를 외치는데 그럼에도 살아야 할까?
아이는 말했다.
밤마다 그 녀석들 생각에 잠을 잘 수 없다고.
억울하고 분통해서 아무것도 안 하면 미칠 거 같아서 새벽마다 그림을 그리고 외국어를 공부한다고.
그때도 함께 밤을 새우며 가슴으로 울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이가 그동안 미쳐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조금씩..
마음 같아선 그 아이들을 다 어떻게 해버리고 싶다 하니 남편이 말했다.
"사람이라도 쓸까?"
진심으로 그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리고 사람을 쓸 바엔 내가 직접 해결할 것이다.
엄한 사람 죄인 만들면 안 되지 않는가.
죽이고 싶은 애들이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고 그 부모와 학교의 보살핌 속에 다른 아이들을 계속 괴롭히고 있다. 학교폭력 전담선생님이 며칠 전 전화를 하셨다. 그것도 일요일 오후 8시쯤이었다. 부재중이 있길래 남편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고 문자를 보냈다.
"다른 학부모님께 한다는 게 잘 못 눌렀네요"
그 자식은 일 년 내에 학폭 중인가 보다. 맞다.
일요일 저녁이면 우리도 그랬다. 월요일에 학교에서 만나기로 하고 일요일에 확인 전화를 했었다. 지금은 방학중인데도 그 자식은 열폭력 중인가 보다.
아이들 입에서 흐르는 말로는 선생들이 내물을 먹는다는데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해도 다수의 학생들의 삶을 공포로 몰아넣고 한 명을 위한 학교가 되는 이유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난 이제 사람을 진짜 잘 못 믿겠다. 사람을 믿어서 피해본 게 너무나도 많다. 나만 피해 보는 건 괜찮지만 자식 건드리는 건 말이 다른지 않은가?
내 새끼는 밥도 못 먹는데 그 주둥이로 밥을 넣을걸 생각하면 진짜 또 쓰러질 거 같다.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차는데 몸은 허수아비보다 힘이 없다.
내가 너무 원망스럽다. 무슨 엄마가 이리 힘이 없는가..
내가 조폭 와이프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
아이는 반 아이들이 맞는걸 선생님한테 말했다가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여자아이들 빼고는 다들 매일 한두 대씩 맞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걸 듣고 기가차고 코가 막혔다. 그것도 복싱을 했던 아이라 복싱 자세로 때린다는데 그게 진짜 아프다. 내 아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자 아이들은 다들 두렵다고 제발 모른 척해 달라고 했단다. 일부 말했다가 화장실이나 체육시간에 집단 구타 당하는걸 1학년때부터 보왔기에 공포학습이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아들의 절친들 조차 매일 맞으면서도 무서워서 말 안 하는 게 너무 속상하다.
우리 아들이 공부도 잘하고 선생님들과 친해서 건들지 않았는데 자기네들 하는 일을 자꾸 끼어든다고 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학교인가?
맘 같아서는 그 자식도, 그 자식부모도, 선생도, 학교도 다 똑같이 해주고 싶은데. 못 하는 나의 현실에 내가 내 목을 조이고 있다.
감히 내 아들 얼굴에 싸대기를 때렸다는데 피가 거꾸로 쏟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는가? 그 싹수없고 시건방진 표정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건방진 놈이 부모한테 뭘 배웠길래 남의 아들 싸대기를 때리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렸는지 생각만 해도, 사그리 부셔서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싶다.
선생들도 자기 자식들이 매일 맞고 학교 다녀도 그럴 수 있을까?
어쩐지 2학기 들어 자주 아프더라니 스트레스였는데 엄만 전혀 몰랐다. 샤워할 때는 머리에 거품 양머리 하고 애교 부리던 아들은 이제 없다. 욕실 떠나가게 노래하며 한 시간씩 씻던 아들은 이젠 없다.
요즘 자꾸 씻길래 물었다.
"왜 이렇게 샤워를 자주 해?"
"샤워할 때는 아무 생각이 안 나서.."
이젠 우울해서 씻는 어두운 아이만 남았다.
난 세상에서 분쟁이 제일 싫었다. 사람 미워하는 게 너무 힘들어 그냥 내가 다 떠안고 가는 게 차라리 쉬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의도치 않았지만 막을 수 없게 악에 씨앗이 이미 심어졌다.
악은 나의 육신과 정신을 갉아먹고 자라고 있다.
내가 잘 키워서 찾아갈게.
이 꽃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