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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년 기록

마음 메모지를 열어..

오늘을 씁니다

by 이음

뉴스를 보다가 하도 속이 답답해서 왔어. 내 진단명이 지금은 공황장애거든. 그것도 아주 심한 공황. 그런데 셀린디온이 근육강직이란 병으로 현재 투병 중이래. 그 많은 전 세계 팬들 앞에서 노래할 때는 정말 멋있었잖아. 지금은 얼굴이 말도 못 하게 상했더라고. 그 큰 무대에 서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당당한 모습 속에 얼마나 많은 긴장과 불안이 함께 했던 걸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라고. 사랑이든 아니든 많은 시선과 관심을 감당한다는 건 살기 어려운 거자나.


사람은 말이야.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한정되어 있는 거 같아. 그것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 든 말이야.


내가 아프기 전에는 일을 사서 만드는 빨빨이였거든. 그런데 지금은 거의 요양원 환자나 다름없어. 집도 잘 못 치우고, 냉장고도 매일 못 비우고, 먼지를 털기는커녕 쌓아 마시고 있거든. 나도 사실 내가 내 삶이 아닌 삶들을 등에 지고 사느라 힘든 시간이 있었어. 쉽게 말하면 꼬북이처럼. 짐을 지다지다 집도 팔고 법원도 다니고 맘고생을 많이 했거든. 생각보다 내가 그릇이 작은 거 같더라고. 내가 그릇이 컸다면 꼬북이가 아니라 바다거북이라서 거뜬했을 텐데 말이야. 그래서 정신적으로 무너져 있다가 육체가 무너지니 깡그리 모두 쓰러진 거 같아.


지금의 내 삶은 별로야. 예전에 나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이거든. 근데 또 내 몸이 죽겠으니깐 그냥 살게 되더라고. 이젠 남편이 툭하면 수건이 없네, 양말이 없네, 내 옷은 다 어디 있어하고 물어봐도. 큭큭큭..

나는 그냥 조용히 있어. 근데 나도 진짜 몰라. 건조기인지 세탁기인지. 어디 있겠지. 정신과 약을 먹고서부터는 아침일도 잊어버리고.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아주 심해. 핸드폰을 눕서대에 끼워놓고 십 분씩 찾고 있으니깐 왕 심한 거지. 예전엔 남편침대옆에 끼어진 양말까지 찾아다 빨았는데 이젠 그냥 맡고 자라고 내버려 두고 있어. 미안하지만 나도 변해가는 거지. 몸이 힘드니깐 까먹기도 하고. 대충 하기도 하고. 아무리 검사를 하고 원인을 찾아봐도 그냥 공황장애에 과호흡증 말고는 다른 병은 다 왔소갔소 같아.


요즘은 그냥 사니깐 산다 이러고 있어. 한쪽몸이 계속 붓는데. 그게 안 좋은 시그널이라는 거야. 정신과 샘은 약이 너무 많아서 부딪혀서 그러는 걸 수 있다는데.. 모르겠어. 또 심장이나 신장검사를 받아야 하는 건지, 정말 징글징글징글 맞거든. 어제는 숨이 막 차 오르더니 오른쪽 몸이 튜브처럼 눈에 보이게 두배로 부어오르는 거야. 그때 난 속으로 생각했어.


", 살고 죽는 건 내 소관이 아니니. 가야 하다면 얼른 가자. 진짜 지치고 힘들다"


애는 옆에서 울고, 냄편이는 응급실 갈까? 하는데.. 요즘 병원이 워낙 안 받아주고. 받아줘도 복도에서 하루씩 아무것도 안 해주고 대기해 놓는데도 많거든. 그래서 안 간다고 했어. 그리고 난 속으로 그랬지. 죽자 제발. 이때다. 편히 가자 제발. 그만 살아도 된다 말했어.


오늘은?

덤으로 사는 날이야. 그래서일까, 난 지금 별감정이 없고. 그냥 사는 동안 집이나 깨끗하게 해 놓자이고. 아들 공부하는 법을 좀 더 가르쳐주고 가자이고. 가족들한테 뜨신 밥이라도 한번 더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이고. 될 수 있으면 고마움을 많이 표현하고 모두를 존중하는 문장을 사용해야겠다 정도뿐이야. 그래야 내가 없는 시간에도 아빠는 아이에게 그렇게 해줄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또 모르지. 골골 백세라고 더 살지도 말이야. 근데 난 별로 이런 컨디션으로 더 살고 싶지는 않아. 우리 외할머니가 30대에 앉은 자세에서 뇌졸중이 오신 거야. 풍이라고도 하잖아 중풍. 그때 마비가 와서 99세까지 앉은 자세로 눕고 기며 사셨거든. 내가 어릴 때 몇 년 간호를 해봐서 아는데 가족도 힘들고 당신도 굉장히 힘들어 보이셨어. 그래서 난 그런 빈맥은 이어가고 싶지는 않는 거지.


난 말이야 글도 편지도 읽기도 이런 걸 참 좋아하는데 이젠 그런 걸 하는 것도 벅차. 숨이 차고 정신이 힘들어서 생각을 한테모으기가 어렵거든. 그리고 더 슬픈 일은 글을 읽을 수가 없어. 책을 읽으려면 스토리가 이어져야는데 정신이 그럴 힘이 없는 거지. 쉽게 말해 백 미터 달리기 후 글을 쓰거나 읽는 거라고 생각해 봐. 내 맥이 그렇게 빨라. 몸에 에너지가 없으니 자연스레 숨이 차고 멘탈이 깨지고 힘에 벅찬 거지. 이젠 내가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 돼버렸어. 난 내가 이렇게 무가치한 걸 참기가 참 어려워. 그래서 되도록 응급실이나 검사 같은 걸 받을 바엔 그냥 떠나고 싶어. 산다고 대단히 좋을 것도 없고.. 죽는다고 대단히 아쉬울 것도 없거든...


이 몸으로 사는 건 거의 죽어 사는 거와 같아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