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씁니다
방금 있던 일인데요. 누가 초인종을 누르는 거예요. 아침부터요. 조용히 대답을 하며 나갔어요.
"누구세요?"
다시 초인종을 누르는 거예요.
"누구세요?"
"............"
"SK에요"
(시큰둥하게)
"그런데요? 저희 집에 왜요?"
"아, 잘 못 눌렀어요"
(짜증시럽게)
이러고 들어왔어요. 근데 한 명이 아니라 둘이었나 봐요. 계단을 내려가며 하는 말이 "사람 사는 집이네"이러는 거예요. 제가 일산 정발산동 사는데요. 저희 동네가 도둑이 좀 많데요.
아이 어릴 때도 도둑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상황이 좀 비슷했거든요. 그때는 애기가 돌 전이라 최대한 조용히 하고 살았어요. 애기 잘 때 걸음도 살금살금 걸어 다니고요. 그때 상황은 더 웃겨요.
"띵동"
"없는척했어요. 애기 깰까 봐. 무응답"
"띵동 띵동"
"참았어요. 받을 게 없어서. 무응답"
갔어요. 그리고 한 시간 후...
"띵동"
"또 참았어요. 애기가 아직 자는 중이라.."
"띵동 띵동"
"또 참았어요. 열심히.."
잘 갔나 봐요.
좀 있다. 컴퓨터 방에서 드르륵 창문 열리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애기가 자고 있어서 조용히 일어나서 안방문을 닫고 나왔어요. 그리고 컴퓨터 방 문을 여니 도둑이 창문으로 들어와 컴퓨터 책상을 밟고 방으로 내려오더라고요. 처음 본 분이었어요. 그래서 애기 깰까 봐 조용히 여쭤봤어요.
"어떻게 오셨어요?"
"............."
"저기 어떻게 오신 거예요?"
그랬더니 저를 보고 놀라셨는지 다시 뒤돌아서 책상을 밟고 창문으로 나가려는데 방충망이 잘 안 열리니 방충망을 몸으로 밀고 떨어지시더라고요. 집이 1층이었거든요. 그리곤 저희 집 방충망을 들고 가셨어요. 다행히 그 난리에도 애기는 깨지 않았어요. 그분이 가고 나서 생각하니 도둑이더라고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과학수사대가 와서 지문이랑 족적검사 다 하고 cctv를 조사하니 일주일 전부터 2인 1조로 저희 집을 지켜보고 사람이 나오는 시간대를 체크했더라고요. 그래도 도둑분이 착한 분이라 서로 얼굴 보고도 불미스러운 일 없이 잘 지나갔죠.
근데 오늘 또 비슷한 일이 생길뻔한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누가 초인종 누르면 꼭 대답을 합니다. 경찰들이 그러더라고요. 도둑들이 사람 있나 없나 확인하느라고 초인종으로 테스트를 많이 하니 인기척 꼭 하라고요. 장기간 집 비우면 티브이도 틀어 놓고 가라고도 하셨고요. 세상이 무섭잖아요. 하도 종교에서 많이 와서 벨 누르면 대답하기 싫은데요. 그래도 대답해야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집은 전에 사시던 분이 큰 이단교회를 다니셨나 봐요. 현관에 그 교회 마크가 붙어있어 덕을 조금 보고 삽니다. 크큭..
이젠 웬만한 작은 종교는 와서 두드리지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