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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년 기록

벨 누르면 조심하세요

오늘을 씁니다

by 이음

방금 있던 일인데요. 누가 초인종을 누르는 거예요. 아침부터요. 조용히 대답을 하며 나갔어요.



"누구세요?"


다시 초인종을 누르는 거예요.


"누구세요?"


"............"


"누구시냐고요???"


"SK에요"

(시큰둥하게)


"그런데요? 저희 집에 왜요?"


"아, 잘 못 눌렀어요"

(짜증시럽게)


이러고 들어왔어요. 근데 한 명이 아니라 둘이었나 봐요. 계단을 내려가며 하는 말이 "사람 사는 집이네"이러는 거예요. 제가 일산 정발산동 사는데요. 저희 동네가 도둑이 좀 많데요.


아이 어릴 때도 도둑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상황이 좀 비슷했거든요. 그때는 애기가 돌 전이라 최대한 조용히 하고 살았어요. 애기 잘 때 걸음도 살금살금 걸어 다니고요. 그때 상황은 더 웃겨요.



"띵동"


"없는척했어요. 애기 깰까 봐. 무응답"


"띵동 띵동"


"참았어요. 받을 게 없어서. 무응답"


갔어요. 그리고 한 시간 후...


"띵동"


"또 참았어요. 애기가 아직 자는 중이라.."


"띵동 띵동"


"또 참았어요. 열심히.."


잘 갔나 봐요.


좀 있다. 컴퓨터 방에서 드르륵 창문 열리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애기가 자고 있어서 조용히 일어나서 안방문을 닫고 나왔어요. 그리고 컴퓨터 방 문을 여니 도둑이 창문으로 들어와 컴퓨터 책상을 밟고 방으로 내려오더라고요. 처음 본 분이었어요. 그래서 애기 깰까 봐 조용히 여쭤봤어요.


"어떻게 오셨어요?"


"............."


"저기 어떻게 오신 거예요?"


그랬더니 저를 보고 놀라셨는지 다시 뒤돌아서 책상을 밟고 창문으로 나가려는데 방충망이 잘 안 열리니 방충망을 몸으로 밀고 떨어지시더라고요. 집이 1층이었거든요. 그리곤 저희 집 방충망을 들고 가셨어요. 다행히 그 난리에도 애기는 깨지 않았어요. 그분이 가고 나서 생각하니 도둑이더라고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과학수사대가 와서 지문이랑 족적검사 다 하고 cctv를 조사하니 일주일 전부터 2인 1조로 저희 집을 지켜보고 사람이 나오는 시간대를 체크했더라고요. 그래도 도둑분이 착한 분이라 서로 얼굴 보고도 불미스러운 일 없이 잘 지나갔죠.


근데 오늘 또 비슷한 일이 생길뻔한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누가 초인종 누르면 꼭 대답을 합니다. 경찰들이 그러더라고요. 도둑들이 사람 있나 없나 확인하느라고 초인종으로 테스트를 많이 하니 인기척 꼭 하라고요. 장기간 집 비우면 티브이도 틀어 놓고 가라고도 하셨고요. 세상이 무섭잖아요. 하도 종교에서 많이 와서 벨 누르면 대답하기 싫은데요. 그래도 대답해야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집은 전에 사시던 분이 큰 이단교회를 다니셨나 봐요. 현관에 그 교회 마크가 붙어있어 덕을 조금 보고 삽니다. 크큭..


이젠 웬만한 작은 종교는 와서 두드리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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