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씁니다
오늘은 기분이 엄청 좋았어요. 병원을 두 군데나 가야 했지만 컨디션이 좋았거든요. 일주일에 병원을 네 번 가는데 오늘은 그중 두 군데에서 약을 1달치와 2달치로 처방받았어요. 이건 그동안 매주 다니던 저에게 엄청난 축복이랍니다.
오늘은 큰 맘을 먹고 처방전 좀 일주일씩 말고 1달씩 길게 달라고 때를 썼어요. 그랬더니 진짜 의사 선생님이 알겠다고 웃으시면서 약을 길게 주신 거예요. 전 너무 좋아서 의사 선생님을 껴안아 드릴 뻔했다니깐요.
어찌나 신나는지요.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병원 두 군데 안 가도 되고, 두 달 동안은 한 군데 안 가도 되니 전 너무 행복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니는 정신과는 약을 길게 주시던데 어떻게 제가 다니는 데는 옮겨도 일주일씩 밖에 안 주시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처방전을 들고 신이 나서 약국으로 뛰어갔어요. 약사님이 병원에서 뵀던 할머니를 부축하고 약국에서 나오시는 거예요. 딱 봐도 할머님 건강이 엄청 힘들어 보였어요. 지팡이에 의지하셨지만 허리도 펴지 못하시고 겨우 서 계시는데 병원에서도 위태로워 보였거든요. 약사님은 할머니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부축해 드리고 버튼을 눌러드리고 들어 오셨어요. 그사이 아까 병원에서 봤던 아저씨도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들어왔어요.
(아저씨)
"아 뭐 아흔은 되셨어요?"
(약사)
"아뇨. 일흔 가까이 되실걸요."
(아저씨)
"아니 근데 백발이 허여시고, 어디 많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어디 아픈 신 거예요?"
이때 저는 가슴이 조마조마했어요. 엘리베이터를 못 잡는 할머니를 보고 있었거든요.
(약사)
"할머니 갑자기 저렇게 되셨어요. 글쎄 머리도 갑자기 하얘지시고, 저번달까지만 해도 일다니시던 분이세요."
(아저씨)
"일다니시던 분이라고요?"
(약사)
"네"
(아저씨)
"아, 이래서 노인네들은 내일을 알 수 없어. 멀쩡하다가도 하루아침에 훅 간다니깐요"
(약사)
"그러게요. 자식분들하고 오시면 좋을 텐데, 꼭 저래 혼자 오시네.."
아니 약국에서 열 발자국 걸으면 엘리베이터 앞인데, 할머니가 아까 눌러드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고 생각하는 건지. 계속 둘이 떠들어 대는데 미치는 줄 알았어요. 할머니는 다 들리시는데 엘리베이터는 안 오고 거기서 얼마나 비참했을지요. 그 예의 없는 투투 같은 아저씨와 약사는 무슨 어른이 그리 기본이 없는지 입을 아주 둘 다 꼬매 불고 오고 싶었는데.. 그러면 할머니가 더 불편해지실 거 같더라고요. 제가 아는 체를 하면 속삭인다고 알아들을 눈치들도 아닌 거 같고 해서 참았어요. 엘리베이터가 빨리 오길 바라면서요. 결국 투투아저씨의 방정맞은 말이 다 끝나고 나서야 엘베가 온 거 있죠.
벚나무 벚꽃도 다 달리 발화해요. 어떤 꽃은 필 때 어떤 꽃은 지고 어떤 꽃은 질 때 어떤 꽃은 피죠. 다 같은 벚꽃이지만 다른 시기에 피고 지는 다른 꽃입니다. 당장 나의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쉽게 말하지 마세요.
당신 옆에 꽃잎이 필 때 당신도 져야 하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