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가족의 해풍소
나는 요즘 철없이 행복하다. 봄날 나비를 따라다니는 강아지 같다고 할까?
이번 주엔 공황발작도 한 번뿐이었고 우울도 많이 줄었다. 내가 만약 살아서 오늘을 살아낸데도 요즘보다 행복할순 없을 거 같다. 한쪽에는 대자로 누워 있는 분이(고양이)가 있고 또 반대쪽엔 넙쭉 뻗은 애기(고양이)가 있다.
애기 고양이 때문에 요즘은 하루도 안 바쁠 날이 없고 안 웃을 시간이 없다.
어제저녁쯤에 있었던 일이다. 아들과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애기(고양이)가 허벅지를 밟고 지나가며 왔다 갔다를 하고 아주 분주했다. 그러더니 내 다리와 베개 사이에서 쉬야를 하는 것이다. 그래 놓고는 내 다리를 벅벅 긁어서 덮는 시늉을 한다. 엄마 다리에 쉬야를 해 놓고 엄마 다리가 똥이란다. 지지라고 덮고 있는데 난 어이도 없고 귀여워서 소리도 못 내고 웃었다. 와.. 왜 이리 귀여운지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너무 사랑스러워 진짜 막 깨물어 버리고 싶은데 꾹 참고 쉬야를 닦았다. 화낼 필요가 없는 게 애기(고양이) 8개월 수컷이라 중성화 수술을 앞두고 있다. 예약이 많아서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니 우리 집은 한 달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화낸다고 달라질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본능이다.
자연현상이니 조금은 불편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다. 아들과 나는 이 재밌는 일을 찍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이것뿐이 아니다. 애기의 발정기 에피소드는 참 많다.
하루는 애기(발정기 고양이)가 분이(같이 사는 고양이) 집에 쉬야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냄새를 맡더니 또 방바닥을 긁어 덮어 버렸다. 둘이 사이가 안 좋아서 맨날 으르렁하는데 분이 고양이 집을 똥이라고 덮어버리는 모습에 난 또 빵 터졌다.
요즘은 하루종이 방세개에 이불을 세탁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너무 힘들어서 내 이불에 쉬야가 다 말랐길래 그냥 잤더니 방공기가 안 좋아진 거 같다. 근데 더 웃긴 건 애기 고양이가 내 이불에서 자기 쉬야 냄새가 난다고 버리라고 와서 또 장판을 벅벅 긁어 덮어준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애기를 내다 버리라고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다 내고 난리를 폈다. 진심도 아니면서 저래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애기의 발정으로 아빠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다. 아들과 나는 고양이들을 더 잘 보살펴서 아빠가 짜증을 안 내게 해야 한다. 엄청 이뻐하더니 계속 아빠 침대와 베개에 쉬야를 하고 눈만 뜨면 애옹 하면서 따라다니니 버겁고 귀찮은가 보다. 그도 그럴게 애기가 아빠를 너무 좋아한다. 참 신기하다. 아빠가 제일 감정변화가 심한데 그래도 좋다고 달려드는 거 보면 말이다. 남편은 내 이불도 베개도 다 갔다 버리라고 난리를 치길래 라텍스라 세탁이 된다고 누그러트려놨다.
오늘은 웬일인지 아빠랑 자질 않는다. 화를 자주내니 무서운가 보다. 애기 고양이가 아빠만 보면 미칠라 하니 더 그랬던 거 같다. 아빠는 우리 중에 고양이를 제일 좋아하는데도 소음에 약하기 때문에 그러는 거 같다.
얼른 수술날 돼서 애기도 그만 미움받고, 남편도 그만 스트레스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도 그만 똥이 되고 말이다.
나의 스파크링 같은 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