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우체국
안녕, 잘 지내시나요?
이렇게 묻고 나니 바로 답이 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냥... 계속 3인칭으로 써볼게요.
요즘은 잠 못 이루는 밤이 자꾸 이어지고 있어요.
딱히 걱정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약을 조금씩 줄이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정신과 약이요.
지금은 안정기에 들어서서, 오늘이 두 번째 안정기로 들어가는 날이에요. 이럴 때마다 5일씩 간격을 두고 약을 줄이는데요, 벌써 6알이나 줄였거든요. 참, 다행이죠?
이 병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완치다 아니다 쉽게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참 좋은 신호예요. 스스로 기특하단 말, 참 오랜만에 속으로 해봤어요.
요즘은요, 몸의 기능 중 하나가 좀 고장 났어요.
그게 뭐냐면… 바로 글쓰기예요.
예전처럼 주제를 붙잡고 쓰는 게 잘 안 돼요.
정신과 약이 기억을 무디게도 하고, 생각을 슬쩍 회피하게도 만드는 데다, 무엇보다 힘들다고 안 쓰다 보니까.. 어느새 손이 글을 잊어버린 것 같아요.
지금 이렇게 쓰는 것도, 그냥 나한테 쓰는 편지잖아요.
그거밖에 못하는 걸 보면.. 조금 슬퍼요.
나의 사십 대는요,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시기라서,
무언가를 배우고 발전하기엔 마음이 조금 지쳐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도 해봐요. 차라리 오십 대에 글을 배웠다면, 더 잘 쓰고 더 오래 사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요. 조금 우스운 말이지만..
왠지 그땐 힘이 날 것 같기도 해서요.
그래도, 요즘은 조금씩 회복해 가는 나를 바라보면서 희망이라는 걸 다시 믿어보려 하고 있어요.
아직도 가끔, 문득문득 저승문이 삐걱거릴 때가 있긴 하지만요. 그럴 땐 귀여운 고양이들 보면서,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어떻게든 내 마음에 다시 심어줘요. 내게 이유가 되어주고, 숨이 되어주는 존재들이 있어 감사하면서요.
혹시 그거 아세요?
한 번 금이 간 계란은, 다시는 예전처럼 싱싱해질 수 없다는 거요.
우울증도 그래요. 꼭 우울하지 않아도, 그 그늘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무기력도 마찬가지예요. 삶의 이유 같은 걸… 천천히, 조용히, 다 녹여버리거든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무기력이랑 싸워야 해요.
살아야 하는 이유들을 하나씩 하나씩 떠올리면서요.
다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큰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예전처럼 열심히 하는 것도 이제는 버거워졌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서 무언가 배우러 다니는 일, 모임에 가입하는 일 모두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또렷해지는 생각들이 있어요.
사람이 살면서 가장 복된 선물은,
할 수 있을 때, 하는 일이 아닐까 하고요.
로또나 복권도 좋지만,
지금 없는 걸 바라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며 사는 것,
그게 진짜 축복일지도 모르다는 거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폰을 끄고, 조용히 눈을 감는 일인 것처럼요.
그걸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밤이에요.
굿나잇, 나의 사랑하는 나에게.
따뜻한 밤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