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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년 기록

종일 아픈 날

2025년 기록

by 이음

오늘은 통증이 하루를 집어삼켰다. 좋아지다가도 하루씩 아픈 날이 있다. 이런 날은 종일 굶고 아무 진통제도 듣질 않는다. 나는 이렇게 아픈 날이면 간혹 생각한다. 믓하게 지나가는 일상의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를.

모두가 잠든 시간. 감사하게도 나의 통증도 잠이 들었다. 조촐하게 한 숟가락 뜨고 물을 한잔 마시고 나니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

삶은 왜 이렇게 고락고락의 연속일까.
기쁨이 오면 오래 머물지 않고, 아픔이 찾아오면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이어진다. 그러다 또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은 듯 햇살이 스며들고, 바람이 살짝 창문을 흔들고 간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혹시 고락이 따로 오는 것이 아니라, 같은 길 위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건 아닐까.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도, 눈물을 삼키는 것도 결국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오늘은 아픔이 내 곁에 오래 머물렀다.
내일은 부디 작은 기쁨이 내 손을 잡아주길 바란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일상이면 더없이 좋겠다.


그 평범한 하루가, 아픈 오늘을 건너게 하는 가장 단단한 힘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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