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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년 기록

여름 몸살

오늘을 씁니다

by 이음

그동안 지독히도 글이 쓰고 싶었다. 최근 3일 동안은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글만 썼다. 정말 각성된 상태였다. 그랬더니 몸살이 왔다. 게다 마음병까지 합세해 죽다 살아난 기분이 든다. 심장이 아프다 못해 녹아내리는 듯해 명치에 파스를 붙였더니 조금 살 거 같다. 분명 플라세보 효과일 테다. 도저히 정신과 갈 기운은 없고 약국문을 열면 청심환이라도 사다 먹어야겠다. 그거라도 먹으면 각성한 신경이 누그러든다.


어제는 친구들과 수영장을 다녀온 아들이 저녁에 돌아와 엄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왜 그래?"


"그냥.. 좀 아파서.."


"약은?"


"먹었어"


"넌 밥 많이 먹었어. 재밌었고?"


"응. 난 잘 놀다 왔지. 대중이네 아버님이 고기 사주셔서 배 터지게 먹고"


"엄만 종일 물만 먹은 거야? 물컵만 가득해 왜?"


"안 먹고 싶어. 엄마자게 불 좀 꺼줄래"


"있어봐. 어느 정도인가 엄마얼굴 좀 보고"


"괜찮아(얼른 갔으면)"


"아냐.. 엄마 얼굴 좀 봐야지."


"괜찮은데(얼른 불 끄고 나갔으면)"


"방이 이게 뭐야. 내가 이거만 마시고 치워주고 나갈게."


주섬주섬 막 치우더니 불을 끄고 나간다.


"너도 피곤한데 어서 자"


"알겠어. 집만 대충 치우고.."


아들은 불을 끄고 핸드폰 플래시로 수영복을 돌리고, 집을 주섬주섬 치운 뒤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나도 기억이 없다.

밤새 끙끙 앓았던 거 같은데 그래도 오늘은 일어났다.

나는 삶을 하루만 사는 거 같다. 조금만 더 앞을 보면 기어이 병이 난다. 오늘은 좀 움직이고 싶은데 모르겠다. 나의 심장이 그만 아파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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