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쪽파김치의 최후

수필통

by 이음


완전 내 잘못이 크다.
청양친구 꽈리고추가 다녀간 후 얼마 됐다고, 나는 무모하게도 실비쪽파김치를 위안에 들였다.
그리고 지금, 내 속에서는 화산 폭발이 일어나 끊임없이 마그마가 넘쳐흐르고 있다.

젊었을 때는 매운 음식을 곧잘 먹었다.
불닭볶음면도 거뜬했고, 닭발도 거뜬하게 즐겼다.
하지만 이제는 신라면 한 젓가락만 먹어도 “맵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도대체 입맛은 왜 변하는 걸까?
혀의 통각이 바뀐 것일까, 아니면 나이가 준 선물일까.

보통은 나이가 들수록 미각과 통각이 둔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반찬이 짜지고 간이 세어진다.
하지만 나는 정반대로 점점 싱겁게 먹게 되고, 매운맛은 훨씬 더 예민하게 느껴진다.

오늘 저녁은 누룽지가 똑 떨어졌는데
속쓰림은 가라앉지 않고 계속 들끓는다.
아들 주려고 샀던 실비쪽파김치지만,
이제는 나에게 금지 식품으로 지정해야겠다.

옛날 농부들 사이에는 쪽파가 해충을 막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쪽파 특유의 매운 냄새가 벌레와 뱀 같은 해로운 동물들을 쫓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두렁이나 밭 가장자리에 쪽파나 마늘을 둘러 심는 풍습이 있었다. 봄철이 되면 파 향이 강해져 뱀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믿었고,
심지어 이런 속담까지 있었다고 한다.

> "집터 주변에 파를 심으면 복이 들어온다."

쪽파는 단순히 반찬 재료가 아니라, 옛사람들의 농사 지혜와 약초, 그리고 부적 같은 믿음까지 담겨 있는 작물이었다.

나는 이제 내 위의 상황을 정확히 알았다.
더 이상 판의 고리를 흔들지 않고,
내 몸 속의 분화를 자극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아, 속쓰리다.
누구… 누룽지 있으신 분~~?